길위의단상

안전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위한 8대 과제

샌. 2013. 2. 1. 08:46

우리 시대 인류가 당면한 최대 위험이 핵이다. 잘못하면 인류 멸절의 대재앙이 올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꼬리 없는 원숭이는 너무 쉽고 어설프게 원자력의 비밀을 손에 넣었다. 강대국들은 지구를 몇십 번이나 날려버릴 만한 핵무기를 감쳐두고 있다. 그 버튼이 눌러지면 모든 게 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굳이 핵무기만이 아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는 대참사의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핵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핵발전소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우리 옆에 묻어두는 것과 같다. 지금의 경제성과 편리함 때문에 후손에게 너무 큰 짐을 맡기고 있다. 핵은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류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한은 핵실험을 앞두고 있고, 남한은 핵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핵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전 정권은 핵발전에 기반을 두는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면서 '녹색 성장'이라고 사기를 쳤다. 박근혜 당선자도 핵발전에 계속 의존하려는 것 같다. 21세기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77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서 박근혜 당선자에게 에너지 정책을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늘 현실론에 밀렸다. 그러나 우리가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고민하면 대안은 충분히 있다. 안전과 행복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국민의 각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안전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위한 8대 과제>

 

우리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사고를 통해 원자력발전이 안전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계획하는 각국의 정부들은 이미 원자력발전으로부터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도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통해 현 세대는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국민대통합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안전’한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아이들을 위한 여성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수급은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더구나 박근혜 당선자는 '안심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수급 기반을 마련합니다'라고 약속하면서, 이를 위해서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 체계 수립'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제도 혁신 및 에너지 수요관리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자가 구성한 인수위원회는 물론 최근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서는 위의 약속을 과연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원전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안전규제 최고 책임 조직인 독립적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폐지하고 원전 개발 부처 산하로 격하시켜서 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후진적인 원자력 안전 규제체계로 되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수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Mix)를 원점에서 재설정한다고 했지만 에너지정책을 담당할 인수위원을 선임하지 않아 향후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에너지 수급체계는 경제와 일자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아직도 산업계에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정도로밖에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편, 이미 수명이 끝난 노후원전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폐쇄 여부를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는 노후원전이 아닌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테스트 하는 것입니다. 수명 다한 노후원전은 조건 없이 폐쇄해야 합니다.

더구나, 박근혜 당선자는 미 대표단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서 한반도를 핵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 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식에 대해 사회적인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되어 있는 현 정부의 정책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정책에 대한 신뢰도 금이 가 버렸습니다.

이에, 전국 시민사회, 환경, 생협, 종교, 지역 조직 등 77개 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아래와 같이 원전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안드리오니 적극 검토, 반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1. 고리 1, 월성 1호기 폐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모든 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해야 합니다. 이미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는 가동을 중단하고 수명연장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월성1호기는 즉각적인 폐로절차에 돌입해야 합니다.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는 수명 다한 원전이 아닌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성 확인을 위해 시행되어야 합니다.

1. 원전 증설이 아닌 축소 계획 마련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신규원전(신고리 3,4,5,6,7,8호기, 신울진 1,2,3,4호기)과 삼척과 영덕의 신규원전부지 지정고시를 전면 백지화해야 합니다. 원전은 새로 증설하지 말고 축소해야 합니다.

1.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력수급계획 수립

원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예정되어 있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수립하고 사회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합니다.

1. 초고압 송전탑 건설 중단

위의 신규원전 건설계획으로 인해 밀양 ․ 청도 등에 추진하고 있는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중단해야 합니다. 수도권의 전력공급을 위해서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사유재산을 강제수용 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1. 원자력안전위원회 폐지 대신 강화 개편

최근 원전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부품 검증서 위조사건과 각종 은폐사건 등의 심각성이 확산되는 동시에 이런 문제들을 원자력안전 규제기관이 제대로 관리 감독해오지 못하는 등 규제기관의 무능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영광 5, 6호기 가동 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업자의 들러리 역할을 한 것에 심각성을 인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지 않고 원자력 추진개발 부서 산하로 격하시키기로 한 것은 원전 안전 규제 정책에서 대폭 후퇴한 것입니다. 독립된 원자력안전위원회 폐지를 취소하고 위원장, 부위원장 교체, 상임위원 확충, 안전 규제인력 보강 등의 내용으로 개편 강화해야 합니다.

1. 원전 비상계획구역 30km로 확대하고 방재 대비 철저히 해야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전을 가동하는 나라는 원전 폭발 사고를 항상 유념해두어야 함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규원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대규모 사고를 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 시 피난과 긴급보호조치를 취하고 식품을 제한하는 비상계획구역 역시 일본과 같이 8~10km 밖에 되지 않아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와 일본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방재대책중점추진구역을 30km로 확대하고 중대사고 발생 시 방사성물질 확산 예측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상계획구역을 30km로 확대하고 중대사고 발생 시 피해지역 예측을 위한 원전 사고 모의실험을 해야 합니다. 이에 따른 방재물품과 의약품 확보로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원전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1. 가동 중인 원전의 민관합동 안전조사와 안전성 확보 안 된 원전 조기폐쇄

울진 원전과 영광 원전의 증기발생기 결함과 원자로 헤드 균열 등은 원전 안전 가동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 활성단층 인근에 낮은 내진설계로 운영되고 있는 원전은 지진이 일어날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원전 주변 지역민과 관련 시민단체들과 공동의 조사기구를 꾸려서 원전 불량재질과 내진설계 등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원전 안전조사를 하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원전을 조기 폐쇄해야 합니다.

1.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금지

사용후 핵연료는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합니다. 남북 모두 핵무기는 물론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금지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는 올해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침을 공론화를 통해서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을 직접처분으로 할 것인지, 재처리로 할 것인지를 공론화로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은 재처리 기술 중의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 시험시설을 오는 5월에 완공하겠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자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재처리와 농축을 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개발은 남북 공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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