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6]

샌. 2013. 2. 4. 11:09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가 회를 데리고 이야기하면 진종일 아무 대꾸도 없는 것이 마치 놈팡이도 같아 보이나, 나중에 지내는 것을 보면 뚜렷이 행하고 있다. 회는 놈팡이가 아니야!"

 

子曰 吾與回言 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 爲政 6

 

 

안회(顔回, BC 514~483)가 처음 등장한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사랑한 제자였다. 만약 32세에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또 한 사람의 성인(聖人)이 탄생했을지 모른다. 조용하면서 은둔적 성향의 안회는 내적 성숙도에서는 결코 스승에 뒤지지 않았다.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무엇인지를 직접 몸으로 실천한 제자였다. 또한 안회만큼 호학(好學)하는 사람을 못 보았다고 공자 자신도 말하고 있다.

 

스승이 제자를 아끼는 만큼, 안회도 공자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랐다. 광(匡) 땅에서 난을 당해 공자 일행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며칠 뒤에 안회는 사지에서 돌아와 스승과 만났다. 둘의 기쁨이 한량없었을 것이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는 공자의 말에 안회의 답은 이랬다. "선생님이 계신데 어떻게 죽겠습니까?" 스승에 대한 무한 신뢰와 헌신을 읽을 수 있다.

 

'우(愚)'의 번역이 '놈팡이'로 되어 있으나 '멍청이' 또는 '바보'가 더 나아 보인다. 이 글을 보면 안회를 멍청하다고 욕하는 제자도 있었던 같다. 스승이 너무 아껴주니까 질투를 했는지도 모른다. 공자학당에서도 제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스승은 안회가 어리석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단어는 '성(省)'과 '발(發)'이다. 안회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을 성찰하고[省], 삶으로 나타내었다[發]. 이 둘은 마차의 두 바퀴와 같다. 삶으로 현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진리다. 안회의 뛰어난 점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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