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클라우드 아틀라스

샌. 2013. 3. 14. 07:34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는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케일이 큰 영화다. 대신 조금은 난해하다. 나도 두 번째 보고서야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간을 달리 하는 여섯 개의 장면이 교차적으로 나오며 영화는 진행된다.

 

1. 1849년 남태평양

2. 1936년 스코틀랜드

3. 1973년 샌프란치스코

4. 2012년 영국

5. 2144년 서울

6. 2321년 지구 문명 멸망 후

 

이 여섯 개의 전혀 다른 배경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관객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회를 반복하며 등장하는, 피부에 별 표시가 된 인물을 중심으로 보면 줄거리의 뼈대를 잡을 수 있다. 1849년의 어윙부터 프로비셔, 레이, 캐번디시(레이와 캐번디시의 연결은 의문), 손미를 거쳐 지구 멸망 후의 자크리까지 이어진다.

 

영화에서는 서울이 무대로 등장하는 게 흥미롭다. 미래의 서울인 'Neo Seoul'이다. 한국 배우 배두나가 손미 역을 맡아 열연한다. 그녀는 복제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진실에 눈을 뜨고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여 주역을 맡는다.

 

윤회를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말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인간의 열망과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과 혁명에서 나온다. 싸우지 않고는 자유를 얻을 수 없다. 2144년의 네오 서울에서 반군이 내세운 것도 복제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자는 것이었다. 손미의 말대로 자궁에서 태어나든 기계에서 태어나든 인간의 존엄성은 같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할 때 세상은 지옥이 된다.

 

내가 이 영화에서 읽은 코드는 저항과 혁명이다. 그 힘은 진실과 사랑에서 나온다. 진실을 알고 사랑하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어윙의 노예 해방 운동이나 핵발전소의 음모를 파헤치는 레이 기자, 그리고 손미의 클론 인간성 선언이 같은 맥락이다. 세상의 모든 경계는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라는 대사가 이 영화가 말하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결코 일회성이 아니다. 과거에서 미래로 형태를 달리하며 삶은 이어진다. 윤회를 거듭하며 등장하는 주인공은 악과 대결하는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동양의 윤회론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지만 그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부족하다. 인생의 심오한 의미를 담아내기에는 왠지 미흡해 보인다. 괜히 구성만 난해하여 관객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그 점이 조금은 아쉽다.

 

다음은 영화 속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 대사다.

 

"약한 놈은 고깃덩이고, 강한 놈은 먹어치운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돌아가고,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소음과 소리는 그저 생각의 차이이며, 세상의 모든 경계는 뛰어넘어야 할 대상인 것을. 그걸 깨달아야 세상 만사를 초월할 수 있어"

 

"불멸의 삶은 우리가 행한 말과 행동이 시대를 뛰어넘어야 얻어지는 것이다."

 

"죽음은 그저 문일 뿐이예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죠"

 

"물방울들이 모여 거대한 바다가 되죠."

 

"우리의 삶은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자궁에서 무덤까지 타인들과 묶여 있고,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며, 우리가 저지른 악행과 우리가 베푸는 선행이 우리의 미래를 탄생시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