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안나와디의 아이들

샌. 2014. 4. 16. 08:17

책을 읽는 내내 슬프고 우울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가 떠나지 않았다. 안나와디는 인도 뭄바이 공항 옆에 있는 빈민촌이다. 저자인 캐서린 부(Katherine Boo)는 4년 동안 안나와디 주민들과 함께하며 가난한 그들의 삶을 기록했다. 소설 형식을 빌렸지만 허구가 아닌 실제 일어난 사건을 생생하게 그렸다.

 

글에 나오는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공항과 호텔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주워서 연명한다. 그마저도 경쟁이 되어서 살아가자면 도둑질을 해야 한다. 고물을 훔치던 칼루는 불량배들에게 맞아 길거리에서 죽는다. 수닐은 먹지 못해 키가 크지 않는다. 미나는 부모와 오빠들에게 맞다가 자살한다. 압둘은 쓰레기를 분류해서 그나마 안정된 삶을 살지만 파티마 분신 사건에 연루되어 가정이 풍비박산 된다. 소송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도의 부패상은 상상 이상이다. 안나와디는 인도 빈민의 지옥 같은 삶이 펼쳐지는 무대다.

 

이런 불평등은 뭄바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중심인 뉴욕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어느 시대에나 빈부의 문제가 존재했지만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불평등을 심화한다. 자유로운 경쟁과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는 자본주의는 경제적 약자와 소외 계층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국제공항과 호화로운 호텔에 둘러싸인 안나와디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책에서 느낀 인도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은 부패에 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면 어떤 일도 처리되지 않는다. 부패의 악영향 가운데 간과되는 점이 경제적인 면보다도 도덕관념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안나와디에서는 길가에서 넝마주의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도 그냥 지나치거나, 십대 소녀가 쥐약을 먹었다고 해도 어깨만 들썩거리고 만다. 부패는 구성원의 삶의 의욕을 꺾고 공동체를 바탕에서부터 파괴한다.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고민이 지은이를 안나와디로 가게 했다. 책에서 지은이는 불평등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인간적인 자본주의, 공존하는 자본주의가 과연 가능할까? 아니면 판을 완전히 뒤집어엎어야 할까?

 

책의 끝에서 지은이는 묻는다. "집이 기울어져서 무너진다면, 그 집이 놓인 땅 자체가 비스듬하다면, 모든 걸 곧게 세우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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