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샌. 2014. 4. 18. 08:31

한밤중에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머리가 복잡해졌다. 요사이는 '산다는 게 뭔지'를 중얼거리는 일이 잦았다. 머리맡에 놓인 책을 들어 깜깜한 시간을 때웠다. <한마음 요전>에 나오는 글로 위안되는 바가 컸다.

 

"역경에 부딪쳤을 때 '내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 닥치는가?' 하고 의기소침할 일은 아니다. 그런 때일수록 '이제야 성숙할 기회를 맞았구나' 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편을 선택하느냐가 곧 자기의 미래를 좌우한다. 결정권은 바로 지금 자신에게 주어져 있다."

 

"그러기에 자기를 돌아보라 하는 것이니 현실의 고(苦)나 인과(因果) 등은 그대로 수련 과정인 셈이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치면 오히려 나쁜 공기와 먼지 그리고 불결한 것들을 다 청소시켜주니, 현실의 고는 오히려 자기를 정화해 주는 부처요 보살이다."

 

"모난 돌을 쪼는데 정을 쓰듯이 경계란 것은 나로 하여금 둘 아닌 도리를 알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하느님/부처님/긍극적 실재)이 나를 둥글게 다스리기 위해 이심전심으로 상대를 통해 나를 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경계가 닥쳐온들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일이니 남을 증오할 것도 배신할 것도 없다. 오직 주인공에 감사하는 환희의 웃음 띤 얼굴만이 공부하는 이의 모습일 것이다."

 

"깨닫지 못한 사람은 순경계가 오면 좋아하고, 깨달은 사람은 역경계가 닥치더라도 껄껄 웃어버린다. 깨닫지 못한 사람은 역경계가 닥치면 슬퍼하고 안절부절못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순경계가 와도 묵연히 흘러 보낸다. 닥쳐오는 경계는 같건만 그것에 응대함은 어찌 이리도 서로 다르겠는가! 실로 수행자의 도덕은 경계에 닥쳐야 분명히 드러난다."

 

아내는 요사이 내 모습이 변했다면서 우울증을 염려했다. 나는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런가 싶기도 했다. 안으로는 소화 불량이 생겼고, 불안이 자주 찾아왔다. 게으름이 더 심해졌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치면 나쁜 공기와 먼지 그리고 불결한 것들을 다 청소시켜주니, 현실의 고(苦)는 나를 정화해 주는 부처요 보살이다." 그러니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이는 다른 선생님 말씀이다. 선생님들 말씀은 옳은데, 고개는 끄덕여지는데, 목구멍 안으로 삼켜지지는 않는 것이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치는 바다를 안타깝게 응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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