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사람의 몸값 / 임보

샌. 2014. 4. 19. 08:37

금이나 은은 兩으로 따지고

돼지나 소는 斤으로 따진다

 

사람의 몸값은 일하는 능력으로 따지는데

日給 몇 푼 받고 일하는 사람도 있고

年俸 몇 천만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한푼의 동전에 고개를 숙이는 거지도 있고

몇 억의 광고료에 얼굴을 파는 배우도 있다

 

그대의 몸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알고 싶은가?

 

그대가 만일

몇백의 돈에 움직였다면 몇백 미만이오

몇억의 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몇억 이상이다

 

세상에는 동장의 자리 하나에도 급급해하는 자가 있고

재상의 자리로도 움직일 수 없는 이도 있다

 

사람의 몸값은 세상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결정한다

 

- 사람의 몸값 / 임보

 

 

얼마 전에 모 그룹 회장이 일당 5억짜리 노역 판결을 받았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벌금 254억 원을 내지 못할 경우 노역형에 처하도록 환형유치(換刑留置)를 선고하면서 하루 일당을 5억 원으로 정한 것이다. 50일만 노역장에서 일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일반인들의 노역 일당이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인 걸 생각하면 얼마만 한 특혜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의 몸값이 1만 배나 차이가 나는 세상이다. 법이 돈 있는 사람에게는 방패가 되고 돈 없는 사람에게는 폭력이 된다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CEO 연봉이 공개되었는데 모 기업은 거의 100억 가까이 되었다. 일반 종업원과 비교하면 10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미국 통계를 보니 CEO와 종업원 사이의 임금 배율이 1980년대까지는 20배 정도였다가 지금은 200배로 확대되었다. 능력(?) 있는 자가 싹쓸이하는 게 자본주의의 생리라지만 적정 수준을 지나치면 사회는 불안정해진다. 사람들의 불편한 심기는 다른 데서 폭발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맘몬 숭배의 시대더라도, 인간의 가치는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제 몸값은 제 스스로가 결정한다. 세상에는 동장의 자리 하나에도 급급해하는 자가 있고, 재상의 자리로도 움직일 수 없는 이도 있다. 사람은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가치관을 따르느냐로 몸값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