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에버랜드에서 놀다

샌. 2014. 9. 23. 17:23

 

기분전환을 위해 아내와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연간 회원권을 끊고 자주 다닌 곳인데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때는 에버랜드가 아니라 '자연농원'이라 불렀다. 한글이 영어로 바뀔 만한 한 세대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았다. 앞으로는 손주를 데리고 갈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

 

옛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내부는 상당히 달라졌다. 그런데 평일이라 조용하길 바랐는데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인기 있는 구경거리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해서 아예 포기했다. 휴일이면 어떨까 싶어 고개가 저어졌다. 북적거리는 걸 싫어해서는 아무래도 동심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사파리 투어는 예전이 더 나았다. 그때는 숲에서 자연스럽게 지내는 사자와 호랑이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세련되게 가꾼 동물원으로 변했다. 길들여진 동물들이 애처로웠다.

 

 

 

 

 

 

 

 

지금 에버랜드는 할로윈 축제와 호러 나이츠 행사가 중심이다. 장미 정원에서는 국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그런데 에버랜드의 최고 볼거리는 아무래도 퍼레이드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낮과 밤 퍼레이드를 모두 구경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을 혹하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벤치에 앉아 쉬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노인들이 몇 시간이고 사람 쳐다보며 앉아 있는 게 신기했는데 우리가 꼭 그대로 되었다며 둘이서 웃었다. 이런 데 오면 나이 든 걸 실감하는 기회가 많다. 그래서 일부러 오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놀이동산에서는 무엇보다 놀이기구를 타는 재미가 제일이다. 옛날 아이들과 왔을 때도 스릴 있는 롤러코스터는 내 단골이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탈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맨 앞자리에 앉아서 신나게 악을 썼다. 10대, 20대 젊은이들 이 날 보고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허리케인을 탔다가는 내려서 곤욕을 치렀다.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띵한 게 집에 돌아와서까지 진정되지 않았다. 나이는 속일 수 없었다. 흔들림에 약한 아내는 회전목마를 탔다.

 

 

 

 

 

 

야간 퍼레이드까지 재미나게 구경하고 돌아왔다. 나이를 잊고 온전히 에버랜드 분위기에 어울리는 건 나로서 무리였다. 그러나 아내는 달랐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이런 데서 난다.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능력이 확실히 남자보다 낫다. 나와 아내를 비교하면 그렇다. 나중에 손주를 데리고 와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쁨일 것 같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산책  (0) 2014.10.01
밤 줍다  (0) 2014.09.29
월악산에 오르다  (0) 2014.09.12
추석 산행  (0) 2014.09.08
화악산 꽃산행  (0) 201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