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08]

샌. 2014. 10. 19. 08:46

선생님이 안연에게 말씀하셨다. "써 주면 일할 것이요, 버리면 잠자코 있을 것이니, 그야 나나 너는 그럴 수 있겠지!"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거느리신다면 누구를 데리고 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맨주먹으로 범을 두들기고, 배 없이 강물을 건너려 들며, 죽어도 좋다고 날뛰는 사람과는 나는 함께 일할 수가 없다. 하기야 일을 당하면 실패할까 저어하며, 일이 성사되도록 잘 꾸며내는 사람이어야지."

 

子謂顔淵曰 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 有是夫 子路曰 子行三軍 則誰與 子曰 暴虎憑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謨而成者也

 

- 述而 10

 

 

재미있는 장면이다. 특히 자로의 성격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스승이 안연을 칭찬하는 말에 자로는 군대를 쓰는 일이라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느냐고 묻는다. 힘과 용기에서는 자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스승의 칭찬을 받을 줄 안 모양이다. 그러나 공자의 대답은 의외다. 용력만 믿는 너와는 일할 수 없다. 무모하며 조심스럽지 않은 자로를 꾸짖는 말이다. 이때 자로의 표정이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자로가 단순한 성격이라면 공자도 호오(好惡)가 분명했다. 여기서 보듯 칭찬과 꾸지람이 직설적으로 나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제일주의가 아니었다. 사람을 키우려면 모자라는 점도 적시해 주어야 한다. 여기 나오는 '써 주면 일할 것이요, 버리면 잠자코 있을 것이다[用之則行 舍之則藏]'는 그 뒤 선비들의 행동 준칙이 되었다. 정계에 드나들었던 공자의 일생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때 의미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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