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속물

샌. 2014. 11. 14. 09:25

어느 모임에 나갔다가 한 여인네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하나님은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내 첫사랑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죠. 정말 응답이 왔어요. 어느 날 도로를 달리는데 그 사람이 우연히 눈에 띈 거예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너무 반가웠어요. 거의 30년 만이죠.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물론 그 사람은 날 보지 못했어요. 서로 다른 차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가 남양주 IC로 빠져나가는 거예요. 그때는 퇴근시간이었어요. 그가 남양주에 사는 게 틀림없어 보였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내 가슴이 싸늘하게 식는 거예요. 만나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졌어요. 그 나이에 남양주에 살 정도면 어떻겠어요?"

 

여러 사람 앞에서 이런 식으로 당당히 말하는 그녀는 누구일까? 남양주 IC로 빠져나간다고 남양주에 산다고 단정한 점, 남양주에 살면 전부 가난하다고 여기는 점, 가난한 사람은 사랑할 자격도 없다고 믿는 점, 하나님의 이름을 경망스럽게 지껄인 점, 나는 그녀의 뇌 구조가 궁금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넌 사랑을 모독한 속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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