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목숨

샌. 2014. 12. 10. 11:50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 목숨일 것이다. 건강, 돈, 명예, 모두 목숨이 붙어있을 때의 얘기다. 목숨이 끊어진다는 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이고, 개인에게는 우주의 종말과 다름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이런 마지막 때와 대면해야 한다. 죽음은 인생에서 단 하나의 확실한 진실이다.

 

영화 '목숨'은 포천에 있는 모현 호스피스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사십 대 가장, 두 아들의 엄마, 전직 수학 선생님과 쪽방촌 외톨이 할아버지가 그들이다. 암에 걸려서 치유 불가능한 판정을 받고 생의 마지막을 보내려고 호스피스에 들어왔다. 가족의 사랑과 주변의 도움 속에서 이별 의식을 갖는 이들은 어쩌면 행복한 사람들이다.

 

가슴 아프고 아리고 슬픈 영화다. 산다는 게 뭔지를 묻고 또 묻게 된다. 그들만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 있는 우리도 모두 불쌍한 존재들이다. 도리어 더 못한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장인 어른도 생각났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그때는 헤아리지 못하고 따스하게 해 드리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 죽음은 불가항력으로 다가와 인간의 무력을 절절히 깨닫게 한다. 그때 옆에 있으면서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무척 귀한 일이다. 영화에 나오는 학생 신부의 모습에 더욱 부끄러웠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에게도 닥칠 죽음이다. 스크린으로나마 임종의 과정을 지켜보는 건 괴로웠다. 내가 저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연사가 아닌 한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고통, 고독, 무력감과 마주쳐야 한다. 과연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이승을 뜰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다. 어떤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그건 내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오늘을 선하고 아름답게 살도록 노력하는 일, 이것밖에 없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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