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뭔지 모르지만

샌. 2015. 2. 24. 08:29

아주 아주 오래전 빅뱅이 있었대. 지금 우주에 있는 수소는 전부 그때 만들어졌지. 내 몸에 들어 있는 수소의 나이가 무려 137억 년이래. 무한대의 수명을 가진 재료로 된 육체지만 우리는 고작 백 년밖에 못 살아. 뭔지 모르지만....

 

수소가 뭉쳐서 별이 되었지. 핵융합이 일어나는 내부는 원소를 만드는 공장이야. 헬륨부터 차례로 만들어졌어. 아주 오래전 큰 별 하나가 뻥 하고 터졌지. 우주의 불꽃놀이였어. 별의 물질들은 차가운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어. 뭔지 모르지만....

 

50억 년 전 어떤 요동이 있었을 거야. 태양이 생기고 주위로 행성들이 모이고 가족이 되었어. 세 번째에 지구가 있었지. 아주 아주 특별했어. 수많은 화합물이 생성 소멸하는 가운데 생명이 탄생했대. 뭔지 모르지만....

 

진화의 사닥다리는 결국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렀어. 머리만 큰 이상한 종족이 생겨난 거야. 호기심 많고 광기 넘친 이 족속은 전 지구로 퍼져나갔어. 번성해서 지구를 정복하라, 이 명령을 수행하는 데 잠깐이면 족했어. 뭔지 모르지만....

 

천 년 뒤의 지구는 어떨까. 인류는 다른 종으로 대체되었을 거야. 다음 주인공은 사이보그 사피엔스일 거야. 차라리 불장난을 하다가 절멸한 게 나았을지 몰라. 그때는 마술 같은 일들이 일상이 되어 있겠지. 뭔지 모르지만....

 

조만간 잊혀질 우리는 예정된 코스로 가는 하나의 징검다리겠지. 지금은 지구 유년기를 지나고 있는 중일 거야. 우주에는 계획된 시나리오가 있는지 몰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닐까. 뭔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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