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바둑과 당구

샌. 2015. 3. 4. 12:05

일은 재미가 없어도 해야 하지만 취미는 다르다. 취미의 속성은 재미다. 재미도 없이 억지로 하는 취미는 없다. 노년이 될수록 취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맞다. 취미가 없다면 인생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과 같을 것이다.

 

아무리 취미라지만 욕심이 안 생길 수 없다. 실력이 느는 재미가 더해져야 취미도 내용이 알차진다. 취미에서 발전하여 전문가까지 된 사람도 있다. 취미도 건성이 아니라 심취할 때라야 도(道)의 경지에 가까워진다. 공부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집착은 금물이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근래 새롭게 재미를 붙인 게 바둑과 당구다. 바둑은 직장 다닐 때 3급으로 뒀다. 실제는 3급에서 약간 약한 편이었다. 퇴직하고 나서 모임에 나가며 정기적으로 바둑을 두다 보니 조금 실력이 늘었다. 처음에는 정선으로 두던 사람이 지금은 호선이 되었다. 이젠 3급 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나이에도 실력이 는다는 건 대단히 기분 좋은 일이다. 그냥 두기만 하기보다 책을 보고 공부를 하니 진보하는 게 느껴진다. 바둑TV도 도움이 되었다. 두 점을 놓아야 하는 상수에게 정선이 되는 게 내 목표다. 그러나 바둑 실력 향상은 굼벵이보다 더 느리다.

 

당구는 30대 시절 직장 다닐 때 술 마신 뒤 즐기던 오락이었다. 그때 배우기 시작해서 술기운으로 자주 치다 보니 100 수준이 되었다. 2차 술자리보다는 당구가 훨씬 몸에 좋았다. 4, 50대 때는 당구와 멀어졌다가 최근에 다시 당구장에 나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당구 붐이 이는 영향도 있다. 요사이 당구장에서는 당구를 즐기는 노인을 많이 볼 수 있다. 노년에 적당한 스포츠며 취미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100을 놓고 치면 적당했으나 지금은 내가 추월했다. 바둑보다 훨씬 짧은 시기에 실력이 늘었다. TV를 통해 당구 강좌를 본 뒤로 공이 가는 길에 나름대로 눈이 뜨였다. 전에는 하나만 쳐도 만족했으나 지금은 다음 공의 배치도 생각한다. 서너 개씩 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얼마 전에는 일곱 개를 연속 치는 기록도 세웠다. 최근에는 누구와 붙어도 잘 지지 않는다. 수를 올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안에 150까지 높이려 한다.

 

무엇이건 공부하면 향상된다는 걸 바둑과 당구로 체험하고 있다. 물론 취미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자기 수준에서 즐기면 된다. 그러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즐기면서 실력도 늘어난다면 재미는 배가된다. 새로운 맛을 느끼니 더욱 몰입할 수 있어 상승작용이 일어난다.

 

지금은 누가 바둑 두자, 당구 치자고 하면 제일 반갑다. 두 시간이나 걸리는 서울에도 기꺼이 나간다. 단지 초대하는 사람이 적은 게 아쉽다. 이상하게 바둑, 당구를 즐기는 지인이 별로 많지 않다. 이 둘은 정적인 취미다. 당구도 운동치고는 얌전하다. 나한테는 맞지만 다른 사람은 따분하게 느낄지 모른다. 바둑은 맞수며 당구는 상수인 G 선배가 있다. 잘 보이려고 무척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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