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42]

샌. 2015. 5. 22. 10:13

선생님 말씀하시다. "굳은 신념으로 학문을 좋아하며, 죽기로서 도를 닦되, 찌우둥거리는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도 살지 말아야 한다. 정치 질서가 섰을 때는 나서야 하고, 질서가 깨지면 숨어야 하는데, 질서가 섰을 때 굶주리고 천한 것도 수치요, 질서 없을 때 영화를 누림도 부끄러운 일이다."

 

子曰 篤信好學 守死善道 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 泰伯 11

 

 

'죽기로서 도를 닦는다[守死善道]'는 유학의 치열한 구도 정신을 말해주는 구절이다. 세상에 나아가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자기를 닦는 것이 우선이다. 수기(修己)는 평생을 두고 가야 할 학인(學人)의 길이다. 유학의 기본은 '내가 먼저 바른 인간으로 서는 것'에 있다.

 

뒤에 나오는 구절은 일종의 처세훈이다. 위태롭거나 어지러운 나라에는 들어가거나 살아서는 안 된다. 당연한 말이다. 올곧은 사람은 모함을 받고 위해를 입을 수 있다. 생명을 온전히 보존하기 힘든 환경은 피하라는 뜻이다. 만용을 부릴 필요는 없다. 공자가 한 나라를 고집하지 않고 이 나라 저 나라를 찾아다닌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가난하거나 천하게 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게으르고 할 일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도(無道)한 나라에서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스템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다면 내가 가진 재산은 부당한 방법으로 획득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남의 몫을 빼앗은 것이지만 겉으로는 정당하게 보일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부끄러운 부[恥富]'가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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