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나무가 할 일 / 박노해

샌. 2015. 6. 22. 09:46

바람이 거셀수록

나무가 할 일은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

 

키가 커질수록

나무가 할 일은

가지를 떨궈내리는 것

 

거목이 돼갈수록

나무가 할 일은

제 안을 비워 영원을 품어가는 것

 

그리하여 나무가 할 일은

단단한 씨앗 속에 자신을 담아

푸른 산맥으로 돌아가는 것

 

- 나무가 할 일 / 박노해

 

 

'나무' 대신에 '나'를 대입하여 읽는다. 뿌리를 깊이 내리는 일도, 가지를 떨궈내리는 일도, 여전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인간이 나무처럼 성장한다는 건 적어도 나에게는 헛말이구나. '한 일'은 하나도 없고 '할 일'만 남아 있을 뿐, 그것도 아득한 약속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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