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야호! / 이종문

샌. 2015. 6. 29. 10:05

내 방금 낮 꿈에서 작은 청개구리 되어 연잎에 폴짝 뛰어 팔을 베고 누웠더니 바람도 살랑 바람에 호사도 좋을시고,

 

후두두두 다다다다 소낙비 냅다 때려 얼씨구 절씨구나 어절씨구 춤을 추다,

 

연잎이 왕창 꺾어져 기절초풍했죠,

 

야호!

 

- 야호! / 이종문

 

 

요즈음은 우째 꿈조차 사납고 지저분한지 모르겠다. 나이 들수록 속에는 쓰레기로 가득 차는가 보다. 각박한 현실에서 예쁜 꿈으로나마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시인처럼 작은 청개구리가 되어 연잎에 누웠다가 냅다 때리는 소낙비 맞으며 어절씨구 춤을 춘다면 얼마나 신나랴. 절로 "야호"가 나올 것 같다.

 

오래전이지만 신나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다.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꿈이었다. 마음이 조종하는대로 내 몸은 창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녔다. 구름을 뚫고 솟구치기도 하고, 수직으로 내리꽂히기도 하고, 전깃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한참 날다 보면 지상에는 별세계가 펼쳐졌다. 천국을 나는 기분이었다. 꿈에서 깨고 나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꿈을 반복해서 몇 차례 꾸었는데 이젠 아무리 기다려도 찾아오지 않는다. 대신 찜찜한 꿈뿐이다. 심보를 어떻게 쓰며 살아가고 있는지 뻔하다. 애구~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  (0) 2015.07.17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0) 2015.07.09
나무가 할 일 / 박노해  (0) 2015.06.22
이소 / 송진권  (0) 2015.06.13
결혼 기차 / 문정희  (0) 201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