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솔깃 / 최재경

샌. 2015. 10. 5. 10:28

읍내 다방이 신장개업을 하면서 마담도 새로 오고 배달하는 아가씨도 둘이나 따라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스무 개가 넘는 마을로 순식간에 번졌다 모두 솔깃하였지만, 그 놈의 체면 때문에 내놓고 좋아라 하는 눈치는 뒤로 꿍쳤다 스피커소리가 밖에서도 들리게 뽕짝으로 조지는 관광버스 막춤 음악이 흘러나왔다 화환인지 꽃다발인지 화사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위아래를 흔들려 차를 날랐다 젊은 것들은 가겟방에서 노닥거리며 해가 식기를 기다렸고, 나잇살이나 있는 이들은 둘러앉아 내가 누구이며 어디 사는 거시기고 머시기 타령이다 뻔한 뻥튀기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착 달라붙어 시키지도 않은 비싼 쌍화차나 칡즙을 저희들 맘대로 시켜먹었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하나 둘씩 일어선다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 뒤를 돌아다보며 느리게 느리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우덜 차례가 되었다 몰려가는 중에 누가 그랬다 "밤이는 술도 판댜" 솔깃하다 솔깃! 어쩌자고 솔깃에게 자주 넘어진 봄날

 

- 솔깃 / 최재경

 

 

한때 농어촌의 티켓다방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람도 생겨났다. 이제는 농촌 사람도 영악해져서 옛날처럼 어수룩하게 속아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남자들의 원초적 본능이야 어쩌겠는가. 아무리 법으로 규제해도 솔깃을 노리는 산업은 은밀해진 채 번성하고 있다. 여자들에게도 내용물은 다르겠지만 분명 어떤 솔깃이 있을 것이다. 그 솔깃이 없다면 세상은 왠지 삭막해질 것 같다. 너무 일탈하지만 않는다면 귀엽게 들리는 말, 솔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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