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상어가 사람이라면

샌. 2015. 11. 18. 08:16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더 잘해줄까요?" K씨에게 주인집 여자의 딸아이가 물었다. 그는 "물론이지." 하고 대답했다.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바닷속에 거대한 우리를 짓도록 할 거야. 그 안에는 식물은 물론 동물까지 포함한 온갖 종류의 먹이를 넣어놓겠지. 상어들은 그 우리 안의 물이 항상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할 것이고 온갖 위생 관리를 할 거야. 가령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지느러미를 다칠 경우 즉시 붕대를 감아주겠지. 잡아먹기 전에 때 이르게 죽어나가면 안 되니까 말이야. 작은 물고기들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가끔씩 커다란 수중 축제가 열리기도 할 거야. 우울한 물고기보다는 기분 좋은 물고기가 맛이 있거든.

 

그 커다란 우리 안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이 학교에서 작은 물고기들은 상어의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또 거기서는 지리 공부도 필요하겠지. 어딘가에 빈둥거리며 누워 있는 커다란 상어를 찾는 데 필요할 테니까.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물고기들의 도덕 교육이겠지. 작은 물고기에겐 기쁘게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것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상어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보장해주겠다는 말을 할 때면 더욱더 그들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가르치겠지. 물고기들은 복종하는 법을 배울 때에만 이런 미래가 보장된다는 걸 교육받게 될 거야. 물고기들은 저속하고 유물론적이고 이기적이고 마르크스주의적인 그 모든 경향을 조심해야 하고 그들 중 누구 하나가 그런 경향을 드러낼 때면  즉시 상어에게 알려야 한다고 배우겠지.

 

상어가 사람이라면 물론 그들끼리 전쟁도 하겠지. 다른 상어들의 우리와 물고기들을 빼앗기 위해서. 상어들은 그 전쟁을 자신들의 물고기들끼리 하도록 시키겠지. 상어들은 물고기들에게 그들과 다른 상어들의 물고기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가르칠 거야. 다 알고 있다시피 물고기들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서로 언어가 달라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선포할 거야. 전쟁에서 몇 마리 다른 물고기들, 그러니까 말이 달라 침묵하는 적군 물고기를 죽인 물고기에게 상어들은 해초로 만든 작은 훈장을 걸어주고 영웅 칭호를 수여할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그들에게도 물론 예술이 있을 거야. 상어의 이빨을 화려한 색으로 칠하고, 상어의 아가리를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완벽한 놀이공원으로 묘사한 멋진 그림들이 있겠지. 바다 밑 극장에서는 영웅적인 물고기들이 감격에 겨워 상어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연극이 상연되고, 음악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물고기들은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악대를 앞세우고 꿈에 취한 듯, 아주 행복한 생각에 젖어 상어의 아가리 속으로 떼지어 들어갈 거야,

 

상어가 사람이라면 또 그 세상에는 종교도 있겠지. 그 종교는 상어들의 배 속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삶이 시작되는 거라고 가르칠 거야. 또 하나, 상어가 사람이라면 지금처럼 모든 물고기들이 평등하지는 않을 거야. 그들 중 일부는 관직을 얻게 되고 다른 물고기들 윗자리에 앉게 되겠지. 얼마간 커다란 물고기들은 작은 놈들은 잡아먹어도 괜찮다는 허락까지 받을 수 있겠지. 그건 상어들에게 나쁠 게 하나도 없어. 자신들은 자주, 더 큰 먹이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직위를 가진 좀 더 큰 물고기들은 물고기들 사이에 질서가 유지되도록 살필 것이고 교사나 장교, 물고기 우리 전문 설비사 등등이 되겠지. 한마디로 상어가 사람이라면 바닷속에는 비로소 문화가 존재하게 될 거야."

 

브레히트의 글이다.

 

"상어는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아. 물고기를 앞세워서 물고기 말을 하며 물고기들을 위하는 척하지. 대다수의 물고기들은  그 말을 믿어. 그런데 물고기들 중에는 가끔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그들은 배우지 않아도 상어의 음모를 알아채지. 물고기들 세상에서는 물고기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며 깃발을 들지. 그러면 용감한 물고기들이 뒤를 따를 거야. 상어의 힘이 과장되게 부풀려져 있다는 걸 아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상어는 물고기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으면 세상을 지배할 수 없어. 문제는 물고기들의 의식이 깨어나는 거야. 상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아는 게 중요해. 상어는 교활해. 영리하지 않으면 상어를 이길 수 없어. 아직도 많은 물고기들은 상어가 던져준 미끼에 홀려 기꺼이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야. 상어와 싸우자고 외치는 건 아직 소수야. 말만이 아니라 삶으로 실천하는 건 그중에서도 아주 적어. 그래서는 시민 물고기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어. 그게 물고기 나라의 비극이야."

 

사족을 붙여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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