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왜요? / 천양희

샌. 2016. 5. 1. 10:48

강변역이 강변에 있지 않고

학여울역에 여울이 없다니요?

물까마귀는 까마귀가 아니고 물새라니요?

섬개개비는 산새이면서 섬에서 살다니요?

송사리는 웅덩이에서 일생을 마치고

무소새는 평생 제 집이 없다니요?

질경이는 뿌리로 견디고

가마우지는 절벽에서 견디다니요?

푸른 소나무도 낙엽지고

더러운 늪에서도 꽃이 피다니요?

인생이란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이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라니요?

필연적인 것만이 무겁고

무게가 있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니요?

 

사자별자리, 오늘밤

하늘에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회신 바랍니다, 이만 총총

 

- 왜요? / 천양희

 

저녁 무렵 밖에 나가면 머리 위에는 사자자리가 떠 있다. 서쪽으로는 오리온이 진다. 사자자리는 봄의 별자리다. 사자자리를 보고 하늘에도 봄이 온 걸 확인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별자리와 계절을 짝맞추지 못 할 것이다. 안다 해도 책으로만 배운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왜요?" 라는 질문도 버린 게 아닐까. 그게 어른이 되는 것이고, 부자가 되는 것이라면 슬픈 일이다. 네 주변을 둘러보라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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