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탁구 치는 재미

샌. 2016. 6. 24. 17:36

탁구는 대학생 때 치기 시작했다. 여가에는 탁구를 치는 게 취미였다. 그때 대학생들 주류는 카드를 하거나 당구를 즐겼다. 나는 거기에 끼지 않았다.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골프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서적 거부감이 있다.

 

그런 면에서 탁구는 무난한 운동이었다. 한 친구와 열심히 쳤다. 그때는 탁구장이 흔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싼 데가 장충체육관 지하에 있는 탁구장이었다. 공영이라 그랬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자주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자리가 없어서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다.

 

내 탁구는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 그냥 마구잡이로 치면서 늘게 된 경우다. 그때는 레슨이란 게 없었다. 있었다 해도 돈 내고 배울 형편도 안 되었다. 그래도 젊었을 때 시작했으니 금방 늘었다. 그 실력으로 뒷날 직장 탁구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테니스도 마찬가지였다. 테니스는 특히 폼을 중시하지만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다. 그래도 동료들과 즐길 수준은 되었다.

 

요사이는 한 달에 두 번 서울로 탁구 치러 나간다. 탁구를 친다기보다 놀러 간다는 말이 맞다. 탁구 모임에 아는 사람이 있어 몇 명을 따로 모아 탁구장에서 얼굴 보는 날로 정했다. 나는 라켓도 없어 그냥 탁구장에 있는 거로 친다. 다른 사람들은 몇 년 동안 계속 코치한테서 레슨을 받는다.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나한테 못 미친다. 언젠가는 추월당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짬밥의 힘이 유효하다.

 

탁구가 노년의 운동으로 참 좋다는 걸 실감한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탁구장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자주 치고 싶다. 그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70대가 제일 많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탁구인 것 같다. 노년의 활력을 유지시켜 주는 운동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점점 굳어진다. 젊었을 때는 충분히 받았을 상대의 스매싱을 지금은 흘려보낸다. 유연성과 민첩성을 유지하는 데 탁구만 한 것이 없다. 짧은 시간에 공이 오가는 탁구는 운동 신경의 반응 속도가 빨라야 한다. 요즘은 운전하면서 몸의 반응이 굉장히 둔해진 걸 느낀다. 탁구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몸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탁구의 효과는 특별하다. 게임에의 몰입이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강한 공격이 꽂혔을 때 희열은 하늘을 찌른다. 탁구는 다른 운동보다 더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호흡이 짧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노년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선지 지인들 중에 다시 탁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탁구를 계기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가장 큰 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과도 게임을 한 번 하고 나면 금방 가까워진다. 우리 팀도 운동을 하고 나서는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몇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영화를 보기도 한다. 탁구를 매개로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대로 즐기는 바둑과 탁구, 요사이 내 생활의 즐거움이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중은 개돼지  (0) 2016.07.17
꿈에서 아버지를 뵙다  (0) 2016.07.02
문제는 유전자야  (0) 2016.06.07
나를 위한 글쓰기  (0) 2016.05.20
졸혼  (0) 201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