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까불지 마

샌. 2016. 7. 24. 10:58

허리가 삐끗해서 열흘째 바깥나들이를 못 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겪는 연례행사다.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로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불시에 찾아온다. 이젠 내 나름대로 통증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고 있다.

 

이놈이 오면 모든 게 올스톱이다. 다리 근육이 땅기고 허리에 힘을 못 쓰니 정상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심하면 세수하기도 어렵고 똥 눌 때 힘을 주지도 못한다. 그래도 디스크로 고생했을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며칠간 결근을 했지만 백수인 지금은 걱정할 게 없다. 그저 누워 있으면 된다. 전에는 병원도 다니고 침도 맞고 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걸 터득했다. 낫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동소이하다. 좀 짜증 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떠나간다.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대략 열흘 정도 걸린다. 클라이맥스를 지나고 회복기에 접어들면 상태가 좋아지는 게 눈에 띄게 드러난다. 허리를 구부릴 수 있는 각도가 점점 커지는 걸 확인하는 건 무척 재미있다. 오늘은 드디어 90도로 꺾여지고 손가락이 바닥에 닿았다. 거의 완쾌되었다는 신호다.

 

대체로 무리했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늘 조심하지만 몸 컨디션이 좋다고 자만할 때가 있다. 그러면 불현듯 찾아와서 모든 걸 헝클어뜨린다. 몸이 나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인 것이다. "까불지 마!" 내 한계를 자각하는 때다.

 

온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한 부분의 통증은 전체를 마비시킨다. 작은 두통도 계속되면 삶을 우울하게 만든다. 몸의 상태와 정신의 건강은 다르지 않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아파보면 실감하게 된다.

 

동네 산책, 뒷산 걷기 등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고맙고 축복받은 일인지 허리 잡고 끙끙거리며 깨닫는다. 그러므로 이 통증은 일 년에 한 번씩 찾아오시는 스승님인지 모른다. 이번에도 기고만장해지는 나에게 죽비 한 대 내리치러 찾아오셨다. "까불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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