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

샌. 2016. 8. 17. 10:09

이상석 선생님의 교단일기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으면 자책이 많이 된다. 선생으로서의 내 행적이 너무 후회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사랑과 열정의 부족이다. 30년 넘게 선생 시늉을 하면서 애틋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껴안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좋은 선생의 조건은 아이들과의 소통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식을 전하는 건 그 뒤의 일이다. 선생과 학생 사이에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교단에 설 때 아이들과의 사이에 늘 벽을 느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벽이었다. 그 벽을 깨뜨리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항력이었고 경력이 쌓여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교육의 '교'자도 모른 채 선생 흉내를 낸 건 아닌가 싶다. 교사가 되자면 우선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질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한다. 교육의 본질은 외면한 채 다른 데 눈을 돌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저 관습에 젖은 교사였을 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생님이 부딪친 상황이 나에게도 대부분 있었다. 학교 현장은 어디나 대동소이하다. 그중에서 '내 속에 숨은 깡패'를 읽으며 부끄러운 내 과거가 한 장면 떠올랐다.

 

교직 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서울에 있는 모 여중에 근무하고 있었다. 수업을 하는데 옆 반이 너무 시끄러워 신경이 쓰였다. 가 보니 교사가 오지 않아 아이들은 마음 놓고 떠들고 있었다. 조용히 자습하라고 말했는데 이내 마찬가지였다. 다시 가서 반장을 교탁에 세워놓고 조용히 시키라고 한 뒤 돌아왔다. 그래도 효과가 없었다. 그 반은 내가 수업을 들어가지 않으니 자기들과 관계가 없다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교사는 이럴 때 자기감정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나는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다짜고짜 반장을 패기 시작했다. 중3 여학생 뺨을 마구 때렸다. 그 아이는 손으로 막다가 시곗줄이 끊어져 손목시계는 벽으로 날아가 박살이 났다. 지금 같으면 구속될 만한 폭행이었다.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반 아이들이 집으로 연락해서 어머니가 교장실로 찾아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뒤의 이야기는 생략한다.

 

그 사건은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절대로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직접 사과하지 못한 것은 지금도 무척 후회된다. 아이에게는 학창 시절의 굉장히 아픈 상처로 남았을지 모른다. 아마 지금은 50대 초반의 나이일 그 여학생, 만날 수 있다면 꼭 사죄하고 싶다.

 

왜 그럴까, 학교생활은 나에게 실수와 잘못한 것투성이다. 아쉬움이 남는 일들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학교를 떠올리는 책은 멀리 하는 편인데 어쩌다 이 선생님의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를 만나게 되었다. 다시 교직 생활을 한다면 선생님처럼 열정을 다하고도 싶지만 곧 고개를 흔들게 된다. 아이들을 위한다면 다른 직업을 택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걸 내 자신이 너무나 잘 안다. 지금도 학교가 꿈에 나오면 꼭 악몽이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트렉 비욘드  (0) 2016.08.28
양철북  (0) 2016.08.22
곡성  (0) 2016.08.12
피로사회  (0) 2016.08.04
에필로그  (0) 201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