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낮술에 환해지다

샌. 2016. 9. 23. 12:53

 

점심 모임에서 와인으로 반주를 했다. 기분이 들떠서 뒤에 가서는 소주도 추가했다. 햇살 속 낮술에 세상이 환해졌다. 낮술에는 금기를 깨는 짜릿함이 있다는 시인의 권주가를 따라 읊으며....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뜨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부터 '싸아'하니 온몸으로 흩어져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 없는 금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 잔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 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 낮술 한 잔을 권하다 / 박상천

 

 

 

저녁 모임까지 두세 시간의 여유가 있어 올림픽공원을 산책했다. 맑고 황홀한 가을날이었다.

 

 

처음 보는 조각 작품이었다. 제목이 '길'이고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인생의 길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작가에게 진정한 변화는 진화이며, 그것은 삶의 궁극적 목표이다. 이는 자연과 하나 되는 지혜이다. 여기에 이 지혜를 위한 진정한 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인간들이 있다."

 

고개를 갸웃했다.

 

 

 

꽃보다 더 예쁜 건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재잘대고 깔깔거리는 소리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눈물이 났다.

 

낮술에 깰 때 쯤 다시 저녁술에 얼근해졌다. 어두운 밤 거리는 낮처럼 정결하지 못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자꾸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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