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대의 아쉬움을 달래려 동해시에 있는 청옥산(靑玉山)을 찾았다. 그러나 이날도 역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해발 1,404m인 청옥산을 너무 우습게 본 탓이었다. 때문에 고행의 산길이 되었다.
무릉계곡에서 오르는 청옥산이 경사가 이렇게 급할 줄은 몰랐다. 다른 산의 깔딱고개가 네 시간 내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한 번의 쉴 틈도 없이 가파른 길이 능선을 따라 계속 되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무려 여섯 시간이 걸렸다.
내려온 연칠성령 코스도 마찬가지여서 중간쯤에서부터는 다리에 통증이 찾아왔다. 해는 서쪽으로 지는데 못 내려가는 줄 알고 엄청 긴장했다. 나중에는 다리를 질질 끌며 하산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상가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사위는 어둑해졌다.
올라가는 길에 딱 한 번 나타난 전망. 맞은편 암벽의 위용이 대단했다.
천 미터 이상에서 단풍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산길은 아주 잠깐뿐이었다.
올라갈 때 본 쌍폭. 이번 코스에서 최고의 절경이었다.
쌍폭과 이웃하고 있는 용추폭포.
아홉 시간이 넘게 걸린 이번 산행에서 등산객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너무 기이한 경험이었다. 어제 시장터와 같았던 설악산과 비교 되었다. 깊은 산에서 어떤 돌발 사태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인데 주변에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으니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너무 힘겹게 오른 산이라 정상에서 셀카로 기념 사진을 남겼다.
앞으로 이런 산행은 더는 없을 것이다. 강원도 높은 산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청옥산은 내 체력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산을 타다가 절뚝거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산행 시간: 9시간 30분(08:00~17:30)
* 산행 거리: 14km
* 산행 경로: 무릉계곡 주차장 - 삼화사 - 쌍폭 - 문간재 - 학등 - 청옥산 - 연칠성령 - 사원터 - 문간재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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