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구괴정 느티나무

샌. 2011. 3. 29. 08:14


아산시 배방면 맹사성고택 옆에 구괴정(九槐亭)이 있다.조선 세종 때 맹사성(孟思誠) 정승이 황희(黃喜), 권진(權軫) 정승과 함께 느티나무 세 그루씩 아홉 그루를 심었다고 해서 명명한 정자다. 세 정승은 이곳에서 시문을 지어 읊으며 망중한을 즐기고 국정을 논의하는 한편 일하는 농민을 불러 위로하고 민정도 살폈다고 한다. '九槐亭'이라는 현판은 신축한 정자 안쪽에있고, 겉에는 '三相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세 정승이 국사를 논의하던 곳이라는 뜻이다. 느티나무보다는 정승이 들어간 이름을 내거는 게 더 자랑거리가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때로부터 6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세 분이 심었다는 느티나무들은 늙어 대부분 수명을 다했고, 지금은 두 그루만이 남아 있다. 그것도 철제 지지대에 의지해 노쇠한 몸을 겨우 버티고 있다. 한 나무는 원통형의 줄기가 사라지고 일부만 남아있는데 마치 코브라의 몸매 같다.

 

이 사례에서 보듯 옛사람들은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나무를 심어 기념했다. 맹사성고택이나 이곳에서도 나무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도 기념 식수라는 관습이 형식적으로 이어지고는 있지만나무를 대하는 의식은 천양지차인 것 같다. 아무래도 현대인은 조급하고 즉시적이다. 역사를 먼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옛사람에게 나무는 식물 이상의 서로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존재였지 않았나 싶다. 집이나 건축물에서보다는 노거수에서 그분들의 숨결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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