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소금강과 상원사

샌. 2017. 1. 11. 14:36

 

뉴질랜드 트레킹 연습으로 아홉 명이 1박2일 오대산 걷기에 나섰다. 일행 중 한 명이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가벼운 코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첫날은 소금강, 둘째날은 선재길 걷기였다.

 

그런데 소금강 들어가는 입구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내 등산화 뒷굽이 떨어져서 덜렁거리게 된 것이다. 아이젠으로 임시처방을 했으나 돌길을 온전히 걸을 수는 없었다. 일행에 뒤처져 걷다가 중간에서 되돌아왔다.

 

 

 

 

 

 

 

 

금년들어 계속 따뜻한 날씨로 계곡의 눈이 모두 녹았다. 깊게 그늘진 곳만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눈 없는 겨울산은 썰렁했다.

 

 

느린 걸음으로 구룡폭포까지 올라갔다. 폭포 구경만 하고 하산하니 만물상까지 올라간 일행과 대략 완료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대신에 천천히 걸으며 겨울 계곡 감상할 여유는 넉넉히 가졌다.

 

횡계 읍내에서 싸구려 운동화를 샀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과음을 했다. 여러 사정이 겹친 탓이었다.

 

 

다음날 승용차는 월정사에 주차하고, 버스로 상원사까지 이동했다. 상원사와 월정사를 연결하는 선재길 9km를 내려가며 걷는데, 술이 화근이 되어 동참할 수 없었다. 대신 상원사를 관람하기로 했다. 선재길과의 연은 이번에도 맺어지지 않았다.

 

상원사(上院寺)는 입구 표지판부터 남달랐다. 노란 원 아래 참선하는 스님 형상 글씨는 상원사의 '상(上)'자임을 나중에 현판을 보고 알았다. 절을 안내하는 글씨가 현대 감각으로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번뇌가 사라지는 길' - 이 길을 걷는다고 번뇌가 사라질까만, 그럴 수 있는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겠다.

 

 

같이 남아준 동료가 있어 고마웠다.

 

 

눈길을 끈, '이매일(怡每日)' - 매일을 기쁘게!

 

 

 

 

문수전(文殊殿)에 서면 시야가 시원했다. 문수전 안에 국보로 지정된 문수동자좌상이 있다.

 

 

문수전 앞에 고양이 석상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세조가 문수전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고양이가 옷을 물려 못 들어가게 말렸다고 한다. 자객이 불상 뒤에 숨어 세조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은공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석상이라고 한다.

 

 

 

정갈한 경내 풍경.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상원사 동종(銅鐘)과 비천상 무늬.

 

 

문수전 창살.

 

 

깔끔한 안내 표지판.

 

 

특이한 분위기의 달마 조각상.

 

 

달마상 회랑의 천정 그림.

 

 

두번째 글자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림(林)'자로 확인 - 소림초당(少林艸堂).

 

 

카페 '마루'로 들어가는 입구.

 

 

'마루' 실내 모습. 불교와 현대가 만난 느낌에 겨울 햇살이 쏟아지는 정갈한 분위기가 좋았다.

 

 

 

창가 풍경.

 

 

 

절에서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차근차근 살펴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참 많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상원사는 약 30년 전에 오대산 등산하는 길에 잠시 들렀던 절이다. 그때의 기억이 흐릿하지만 느낌만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절이 달라진 걸까, 내가 달라진 걸까. 카페 옆 테이블에는 딸을 데리고 온 부부가 있었다. 절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데 딸은 전혀 흥미가 없어 보였다. 어머니가 말했다. "나도 젊었을 때는 벚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 전혀 몰랐단다." 딸은 이렇게 대답했다. "벚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 내가 왜 알아야 해?" 젊음은 그런 것인가 보다. 그러나 딸도 아마 어머니의 길을 따라갈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은 때가 되어야 눈에 보이는 법이니까.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2) - 와카티푸호와 밴로몬드 트레킹  (0) 2017.03.04
뉴질랜드(1) - 후커밸리 트레킹  (0) 2017.03.03
2016년 끝날  (0) 2016.12.31
소백산 1박 산행  (0) 2016.11.30
풍경(39)  (0) 2016.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