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연금술사

샌. 2017. 3. 16. 09:39

뉴질랜드 여행 중에 읽은 책이다. 바쁜 일정에서 짬을 내기가 힘들었고, 일행이 트레킹을 떠날 때 혼자 숙소에 남아 빈둥거리며 책을 읽었다. 나에게는 무엇을 보고 경험하기보다 이런 여유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이 여행에서 나의 가장 큰 호사였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책에서 제일 인상적으로 다가온 구절이었다.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현자에게 보냈다. 젊은이가 찾아간 현자의 주택은 화려했고, 여러 사람들로 북적였다. 겨우 현자를 만나 행복의 비결을 물었더니 현자는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뒤에 오라고 했다. 그리고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숟가락을 건네며, 돌아다니는 동안 찻숟가락의 기름이 한 방울로 흘러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두 시간 후에 돌아왔을 때 현자는 물었다. "그대는 식탁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정성들여 가꿔 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있는 훌륭한 책들은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다.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다시 살펴보고 오시오."

 

이번에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젊은이는 저택을 구경했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현자가 물었다.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그러면서 한 말이 이러했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아름다운 뉴질랜드를 여행 중이어서 이 말이 더욱 새겨졌는지 모른다. 우리는 보통 둘 중 하나다. 아름다움에 홀려 기름 두 방울을 잊어버리든가, 기름 두 방울에 신경 쓰느라 세상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그때 껍질에 갇힌 내 처지가 떠올랐다. 코엘료가 <연금술사>에서 말하는 '자아의 신화'란 이 둘의 조화를 찾아나가는 과정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인생이란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것이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길을 걷는 데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방식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느 한 가지 일을 소망할 때, 천지간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뜻을 모은다네."

 

박근혜가 이 말을 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어느 한 가지 일'이란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순수한 소망을 뜻한다. 세속적인 욕망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행지 곳곳에서 책 읽는 뉴질랜드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그런 모습이 뉴질랜드 경치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그들은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 오랫동안 머물렀다. 우리는 바쁘고 사진 찍기 분주했다. 그리고는 급히 자리를 떠서 다음 명소로 이동했다. 숟가락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받았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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