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동네 벚꽃길

샌. 2017. 4. 14. 15:40

 

시원찮은 몸을 일으켜세워 벚꽃을 보러 나섰다. 멀리 유명한 장소를 가지는 못하고 집 가까이 있는 벚꽃길을 찾아갔다. 여기는 한적해서 좋다. 500m 되는 벚꽃길에 고작 서너 사람이 느릿느릿 걸을 뿐이다. 아마 이름이 알려졌다면 여기도 여느 장소와 마찬가지로 상춘객들로 시끌벅적할 것이다. 꽃의 화려함은 덜해도 사람들에 시달리지 않아 좋은 곳이다.

 

크고 작고를 불문하고 병은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쳐 준다. 내 몸뚱이 하나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하물며 바깥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큰 착각을 하며 산다. 아무리 경계를 그어야 허무한 노릇이다. 바람에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벚꽃잎 하나가 사람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존재계에서 쉼없이 이어지는 인연의 순환, 그것이 신비하고 소중할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봄 꽃길을 산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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