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영릉 진달래(2)

샌. 2017. 4. 21. 16:48

 

'하는 일 없이 바쁘다'는 변명이 올해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꽃구경 하려 바깥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했다. 꽃이 가장 한창일 때 감기로 한 열흘 꼼짝 못 한 게 컸다. 그래도 진달래는 봐야지, 하고 가까운 영릉으로 나갔다.

 

4월 하순에 들었으니 진달래는 이미 색깔이 바래지고 있었다. 무엇이건 절정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힘이 떨어지는 법이다. 꽃이 내뿜는 기운도 마찬가지다. 이즈음의 진달래에서는 생명의 약동을 느끼지 못한다. 어린 시절에 동네 뒷산을 뛰어다니며 진달래를 따먹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힘겹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산길을 걸으며 지리한 인생을 한탄할 때, 진달래 역시 꽃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꽃들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도화  (0) 2017.04.26
축령산의 봄꽃  (0) 2017.04.25
경안천 봄맞이꽃  (0) 2017.04.16
동네 벚꽃길  (0) 2017.04.14
뒷산 생강나무꽃  (0) 201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