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패신저스

샌. 2017. 4. 27. 15:08

 

우주선 '아발론' 호를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외부 모양도 멋지고, 내부도 우리가 합리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거의 빛의 속도로 항성간 비행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새로운 개척지 행성으로 5천 명의 승객을 싣고 자동 항법으로 날아간다. 120년이나 걸리므로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동면 상태다.

 

수백, 수천 년이 걸리는 우주 비행에서 인간의 동면은 필수적이다. '패신저스'의 독특한 점은 기기 작동 오류로 승객 중 한 사람이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이다. 우주선이 운석과 충돌하면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동면 기계는 다시 작동할 수 없다. 새 행성으로 가는 데는 90년이나 남았다. 그는 무인도에 던져진 셈이 되었다.

 

외로움 속에서 1년을 버티던 짐은 여성 승객 한 명을 동면 상태에서 해제시킨다. 응당 도덕적 논란을 야기하지만 짐의 심정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짐은 사고로, 오로라는 임의의 선택으로 동면에서 깨어났다. 마치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연상시킨다. '찾아야 한다 깨어난 이유를' 이라는 문구가 꼭 인간 삶의 의미를 묻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영화 내용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영화는 할리우드식 영웅주의에 빠져 뒷부분에 가면 감흥을 잃는다.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과 사랑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그려볼 수 있는 소재인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화려한 미래의 우주선을 구경하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수영하던 오로라가 갑자기 중력이 사라져 허공에 뜬 물방울에 갇힌 장면은 흥미롭다.

 

초록 식물이 번성하고 있는 우주선 중앙 홀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대로 의미심장하다. 둘은 그들만의 낙원을 만들었다. 만약 남자나 여자 둘의 동성끼리 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방식이든 사랑이 꽃피었을까? 인간은 꿈꾸고, 그리워하고, 갈구하는 동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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