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부산 & 대마도(3)

샌. 2017. 9. 16. 11:49

단체로 여행 갔을 때 아쉬운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의 부족이다. 떠들어대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건 영 질색이다. 그래서 자유 시간이 나면 억지로라도 일행에서 떨어져 행동한다. 다행히 이번 대마도 여행은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여유가 많았다. 지역이 좁으니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날은 아침 식사 후 한 시간, 점심 후 두 시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동료들과 헤어져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이국의 골목길을 발길 가는 대로 걷는다. 패키지 코스에서 벗어난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여주는 광경이 아닌 실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조그만 카페를 발견하고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창가에 앉았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즈하라 시내를 작은 개울이 흐른다. 청계천의 축소판 같다.

 

 

일본에서 보기 어려운 게 커피점과 십자가다. '대마은혜교회'라는 간판이 앙징맞게 걸려 있는 예쁜 교회다.

 

 

작은 서점도 있다.

 

여행을 갈 때 꼭 책 한 권을 들고 간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한다. 이번에는 SRT 안에서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 읽었다. 1시간 30분 정도면 되었다. 시시껄렁한 잡담보다는 훨씬 낫다.

 

 

가게 유리창에 붓글씨가 걸려 있다. 서툰 솜씨여서 오히려 정겹다. 玄妙 - 헤아릴 수 없이 미묘하다.

 

 

 

대마도에서 제일 규모가 큰 하치만구 신사. 큰 녹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최익현 선생이 여기 마당에 갇혀 있었다.

 

 

 

호국 사찰로 세워진 국분사(國分寺).

 

 

주택가에 세워진 쓰레기 불법투기 경고문이 재미있다. 5년 이하의 징역, 일천만 엔 이하의 벌금이란다. "그래도 버리시겠습니까?"

 

 

환경과 절약이 일상화된 일본이다. 숙소 냉장고에도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한 에너지 절약 안내문이 붙어 있다.

 

 

 

 

숙소 룸에 있는 비품의 간결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다. 작은 책꽂이가 있는 것도 특이했다.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결코 가벼이 볼 나라가 아니다.

 

아무 기대가 없었는데 그런대로 알찬 여행이 되었다. 멀리 오래 나가는 것과 여행의 보람이 비례하지는 않는다. 또한 부산에서 옛 친구를 만나볼 수 있어 더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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