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 오는 뒷산

샌. 2017. 9. 19. 11:40

 

어제 저녁 8시에 침대에 들어갔는데 그대로 곯아떨어져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이 며칠째 계속 그랬다. 보통 날도 아홉 시간은 잠을 자니 특별하지는 않다. 별로 활동하지 않는데도 근래 피로감이 깊어졌다. 약간의 감기 기운도 있다. 환절기 탓인가 보다.

 

가벼운 뒷산 걷기에 나섰다. 연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봄에는 미세먼지가 괴롭히더니 여름부터는 대기가 깨끗하다. 티끌 하나 없는 파란 하늘도 자주 나타났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다.

 

숲에는 가을 기운이 배기 시작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도토리가 토도독 떨어진다. 뭔가 달콤하게 익어가는 냄새도 난다.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켠다. 집에서 몇 발자국만 나가면 이런 뒷산이 있다는 게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자꾸 멀리만 바라보았던 일을 뉘우친다.

 

인생 말년에 제일 지키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보행의 자유라고 답하겠다.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 하겠나, 병상에 누워 있는 재벌 회장도 지금의 나를 부러워할 것이다. 끝까지 두 발로 걷다가 한 몇 달 아프다가 가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어떻게 죽느냐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너나없이 모두 가련한 목숨들이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필요도 없다. 미련을 둘 것도 없다. 언젠가는 구름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산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고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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