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500원

샌. 2017. 11. 19. 11:52

500원 줄서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모 종교 단체에서 주는 500원을 받기 위해 모여드는 노인들로 긴 줄이 생긴다는 것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어떤 노인은 새벽에 집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도 생기고 싫은 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다. 500원 때문에....

 

500원 주기는 IMF 때 시작했다는데 찾아오는 노인들이 줄지 않으니 중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고작 500원을,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 몇 년 전 보도에서는 꼭 돈이 궁해서 줄 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혔다. 무료해서 놀이 삼아 나온다는 노인도 있었다. 사연도 여러 가지겠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66~75세의 빈곤율은 43%, 76세 이상은 60%다. OECD 평균값은 10%대니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선진국보다 공적 연금 제도가 늦게 시작된 탓이 크다. 그래도 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이런 문제점을 너무 방치하고 있다. 노인 자살률 또한 OECD 1위다. 대부분이 경제적 원인이다.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절대 궁핍에 시달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돈이 넘친다. 내가 아는 사람은 한 해의 반 이상을 해외여행으로 보낸다. 외국 나가는 것이 마치 이웃 마실 가는 것 같다. 나라 전체의 부는 커지고 있는데, 한쪽으로 편향되는 점이 문제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옛날부터 있어 왔다. 갈등이 파국으로 가기 전에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 나가는 것이 정치의 과제다.

 

500원 줄서기는 우리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00원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노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젊은이에게 주는 교훈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좀 더 노인의 품위를 지켜주면서 도와줄 방도는 없을까, 아쉬움이 든다.

 

일부 노인의 현실이 저 지경인데 나 혼자 떵떵거리며 산다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 기본적으로 행복할 수 없다. 높은 산을 조금 깎아서 골짜기를 메워주면 안 될까? 대개가 찬성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그렇게 어려울까? 한 달에 1만 원 정도라도 '노인 빈곤세' 명목으로 거둘 수는 없을까? 너무 안타까워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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