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산디과 2반

샌. 2011. 1. 3. 14:04


오랜만에 학교에 나왔는데 책상 위에 코팅 된 롤링페이퍼가 놓여 있다. 산디과 2반 아이들이 만든 것이다. 방학 전에 일주일 동안 병가를 내고 쉬었는데 아이들이 위로해 준다고 만든 모양이다.


그동안 남자 고등학교에만 있었기 때문에 여고생을 가르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녀공학이지만 한 반에 여학생이 2/3 정도 되기 때문에 교실은 여고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 가르치는 게 훨씬 부드럽고 아기자기하다. 특히 산업디자인과는 전공의 특성 탓인지 예쁜 아이들이 많다.


이 학교는 중학교에서 내신 60% 이내의 아이들이 들어온다. 반당 인원도 25명이다. 그래서 요사이 문제가 되는 교실 붕괴 현상이 거의 없다. 입시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 아이들도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마지막 교직 생활을 아주 좋은 분위기의 학교에서 한 셈이다.


여고에 있다 보니 이런 것도 받는다. 당연히 좋은 말만 골라 적었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이런 게 선생을 하는 맛이고 보람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심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진짜 많이 아팠던 줄 아는 모양이다. 문자도 보내고 이런 롤링페이퍼도 만들었다. 얘들아~ 고맙고 미안~ ㅎㅎㅎ.... 그런데 감사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란다. 맑고 청순한 너희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안녕~~~



- 선생님이 우리 옆집 할아버지보다 정감 가요. 사랑해요!!


- 선생님 넘 푸근해요~ 내년에 못 봬서 너무 아쉬워요 ㅠ 선생님의 ‘쓰~읍’도 잊지 못할 것 같구요!! 1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설명은 쉬웠지만 수업 시간이 끝나면 다 까먹어 버리는 과학! ㅠㅠ 선생님 되게 귀여우세여 ㅎㅎ


- 선생님~ 방학이 되어가니까 얼굴을 보는 일이 적네요. 오늘도 편찮으신가요? 너무 인자하신 과학 샘~ 2학년 때 과학이 안 들어서 슬프네요. ㅜㅜ 1학년 동안 감사했어요.


- 과학 선생님 너무 좋아요. 아프지마시구용~ ㅠㅠ 선생님 ‘쓰읍!’할 때 넘 귀여우세요.


- 쌤 ㅜㅜ 저랑 자주 다투셨지만 너무 귀여우세요. 따룽해욧.


- 지금까지 만났던 과학 선생님 중에서 가장 좋으셨던 것 같아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 선생님 ㅠㅠ 제가 누군지 안 밝히는 걸 이해해 주세요. 왜냐하면 롤링페이퍼의 묘미는 ‘익명성’이니까요. 선생님 저 진짜로 지구과학 시간 좋아해서 한 번도 존 적 없구 노트 필기도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까 아프시면 안되요. ㅠㅠ 2학년 때는 과학을 안 배워서 선생님 수업을 못 듣지만 그래두 지나가는 길에 선생님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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