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 34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꽃

환히 핀 생강나무의 노란 꽃을 뒷산에서 만났다. 봄꽃을 만나러 멀리 나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생강나무꽃이야말로 봄의 전령사다. 오래 전 나무와 꽃에 친해질 무렵, 관악산에 올랐을 때도 이맘 즈음이었다. J가이 나무 줄기 끝을 꺾어주며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다. 생강 내음이 났다. 처음에는 산수유와 헷갈리기도 했지만 다른 것에 비하면 쉽게 알게 된 생강나무와 꽃이었다. 라는 책을 읽고 있다. 마침 생강나무를 설명한 부분이 있어 일부를 옮긴다. 이른 봄, 채 겨울 모습을 벗지 못한 갈색 산을 배경으로 잎이 나기도 전에 노오란 솜뭉치 같은 꽃을 피우는 나무, 꽃자루도 없이 가지에 듬성듬성 꽃을 피워, 황량함 속에 노오랗게 대비되는 희망 같은 여백의 미를 발산하는 생강나무는 목련목 녹나뭇과의 낙엽활엽수로 관목과 교..

꽃들의향기 2012.03.30

뒷산 연리목

뒷산 산책을 하다 보면 재미있게 생긴 나무를 만난다. 두 줄기가 붙은 연리목 형태를 한 나무들이다. 자주 다니다 보니 많이 눈에 띄어서 그런지 뒷산에는 유난히 이런 나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연리목이귀한 거라 생각했는데 뒷산의 경우를 보면 나무들의 일반적인 현상인 것 같다. 참 재미있으면서 신기하다. 오늘은 뒷산 산책을 하며 이런 나무들만 찍어 보았다. 연리목 A 연리목 B 연리목 C 연리목 D 연리목 E 연리목 F 연리목 G 연리목 H 이놈들은 마찰에 의해 줄기가 움푹 패였다. 그런데 서로 붙지는 못하고 있다. 연리목 I - 제일 희한한 모양이다. 아예 다른 줄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구렁이가 잡아 먹은 것 같다. 속에 들어간 작은 줄기는 결국 고사했다.

사진속일상 2012.03.29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이 책이 출판된 게 1999년이니 어느새 13년이 지났다. 제목이 도발적이어서 당시에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다. 지금 한 걸음 비켜서서 읽어보니 그렇게 호들갑을 떨 내용도 아니다. 이 책은 라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 덕분을 많이 본 것 같다. 당시 한국은 IMF 환란이 지나고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였다. 책에서는 그런 시대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꼴이 되었는지 반성함과 동시에 비난할 대상도 필요했을 것이다. 지은이는 1910년 한일합방, 1950년 6.25, 1997년 IMF를 근세에 우리가 겪은 3대 위기로 보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지은이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그런 위기의 근원에는 우리 문화와 의식을 지배한 유교에 있다고 말한다. 현란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공자의..

읽고본느낌 2012.03.29

장자[201]

공자가 진나라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이레 동안 더운 음식을 먹지 못하고명아줏국에 쌀 한 톨 넣을 수 없어안색은 심히 고달픈데 방에서 거문고를 타며 노래했다.안회는 나물을 다듬고자로와 자공은 불평하며 말했다."선생은 두 번이나 노나라에서 축출됐고위나라에서는 발자국을 지우며 숨어야 했으며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압사당할 뻔했고상나라 주나라에서는 곤경에 처했고진나라 채나라에서는 포위당했으니,선생을 죽이려는 자는 죄주지 못했고선생을 욕보여도 막을 수 없는데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것을 그치지 않으니군자의 염치없음이 이 같을 수 있는가?"안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이를 공자에게 고했다."자로와 자공은 속이 좁은 사람이다.불러오너라! 내 타일러 주겠다."자로와 자공이 들어왔다.자로가 먼저 말했다."이와 ..

삶의나침반 2012.03.28

다육이(3)

아직 봄꽃을 보러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복수초 등은 이미 때를 놓쳐 버렸다. 이제 조금 더 기다리면 화려한 봄꽃의 향연이 시작될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다육이 중 하나가 오랫동안 꽃을 피우고 있다. 칼란코에(Kalanchoe) 종류인데 원산지가 마다가스카르라고 한다. 개화기가 1~3월이니 지금이 맞다. 꽃사진에 대한 갈증을 가까이에서 풀어본다.

꽃들의향기 2012.03.27

율동 느티나무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앞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350년이 되었는데몸이 많이 상했다. 둘로 갈라진 줄기 모두 중간에서 잘려 있다. 하체보다 상체가 너무 빈약하다.줄기 둘레는 5m, 높이는 13m다. 이곳 지명이 율동(栗洞)인 것은 밤나무가 많았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작고 한적한 농촌 마을이 분당 개발 바람을 타면서 도시로 변했다. 다행히 이곳은 분당 외곽에 있어 그런대로 전원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옛날에 이 주위는 전부 논이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였고, 단옷날에는 그네를 매고 마을 사람들이 즐겼다고 전한다. 그러나 몇십 년 사이에많은 것이 사라졌고, 나무도 수족을 잃었다. 300살이 넘은 이 나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철없는 아이들이 뛰놀고, 일에 지친 사람들이 ..

천년의나무 2012.03.26

냉이의 꽃말 / 김승해

언땅 뚫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놓는 한 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 땅심이 선다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 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 냉이의 꽃말 / 김승해 이 시를 읽고 시장에서 냉이를 사와 국을 끓였다. 시장에서 사온 봄은 비닐봉지 속에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그래선지 냉이의 향기가 조금은 허전했다. 따스한 햇볕 아래 호미를..

시읽는기쁨 2012.03.25

봄눈과 함께 걸은 영장산

어제부터봄비가 내리더니 산에 오르니 눈세상이 되어 있었다. 3월 하순이니 아마 올해의 마지막 눈이 될 것 같다. 25차 물리회 산행으로 친구와 둘이서 영장산(靈長山)에 올랐다. 바람이 세게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분당 이매역에서 출발했는데 영장산에 이르는 길은 산을 돌고돌아 꽤 길다. 대신힘든 구간이거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정상 바로 전에서 잠깐 숨을 가쁘게 한다. 멀리 보이는 남한산성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게 마치 히말라야의 설산 같았다. 봄에 보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그러나 산 아래서 볼 때보다 흰색이 많이 사라졌다.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틀 전 고량주와 소주로 과음을 한 탓에 어제는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산길을 걸으니개운해졌다. 마음이 괴로운..

사진속일상 2012.03.24

장자[200]

공자가 안회에게 일러 말했다. "회야! 집은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면서 왜 벼슬하지 않느냐?" 안회가 답했다. "벼슬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성 밖에 오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죽을 먹을 수 있으며 성안에 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삼베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북과 거문고는 스스로 즐겁고 스승의 도를 배우니 스스로 즐겁습니다." 공자는 정색하며 얼굴빛을 바꾸고 말했다. "훌륭하구나! 너의 뜻이! 내 듣건대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익 때문에 스스로 묶이지 않고 스스로 깨달음이 있는 자는 이익을 잃어도 두렵지 않고 마음을 수양한 자는 벼슬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암송한지 오래였으나 지금 너를 통해 마음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이는 나의 복이다." 孔子謂顔回曰 回來 家貧居卑 胡不仕乎 顔..

삶의나침반 2012.03.23

송전탑의 비극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하는 철탑 때문에 한 노인이 분신해서 목숨을 끊었다. 경남 밀양에 살았던 74세의 이치우 할아버지로 지난 1월 16일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력공사는 부산 기장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창녕에 있는 변전소까지 90km 구간에 765kV 송전선로를 깔기 위해 161개의 송전탑을 세우기로 한다. 송전선이 논밭 위로 지나가는 밀양 주민들은 건강과 재산권의 보장을 요구하며 공사 반대 시위를 했다. 대부분이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한전측은 공사를 강행했고 결국 노인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치우 할아버지는 이장을 15년 넘게 하면서 삼 형제와 함께 노모를 모시고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송전탑이..

길위의단상 2012.03.22

다시 꿈꾸기

여기로 이사 오면서사오년 정도는 살 예정이었다. 도시와 산골의 중간 단계에 필요한 휴식 시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자꾸 탈출을 생각하게 된다. 다시 전원병(田園病)이 도진 것이다. 내 컴퓨터 즐겨찾기에는 전원과 시골살이에 관련된 사이트가 수십 개 등록되어 있다. 아내는 전에 뜨거운 맛을 봤으면 됐지 또 혼나려고 하느냐며 걱정이 크다. 내 앞에는 네 갈래의 길이 있다. 첫째, 조용한 시골 마을에 터를 구해 조그만 흙집을 직접 짓는다. 터는 동네에서 떨어진 곳에, 넓이는 200평 내외면 좋겠다. 위치는 이곳에서 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어야 한다. 충청북도쯤이 적당할 것 같다. 가까울수록 좋지만 경기도는 땅값이 너무 비싸다. 집은 10평 정도면 된다. 방은 반드시 온돌이어야 한다. 이미 ..

참살이의꿈 2012.03.21

광주 군월산

군월산(軍月山)은 경기도 광주시청 뒤에 있다. 높이는 376m로 아담하다. 광주IC에서 빠져나오면 앞쪽으로 산 꼭대기가 보인다. 광주로 들어올 때 맨처음 맞아주는 산이다. 산 이름에 '군사 군[軍]'자가 들어있는 걸 보니 가까이 있는 남한산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여기는 남쪽에서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요충지에 해당된다. 아마 옛날에는 군부대가 파견 나와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광주에는 유난히 군대와 관계된 산 이름이 많다. 가까이에 무갑산(武甲山)과 국수봉(國守峰)도 있다. 광주 산 답사 일곱번째로 군월산을 찾았다. 들머리는 광주시청이다. 요사이는 어디고 관공서 하나는 그럴 듯하게 지어 놓았다. 건물 안 사무실 환경도 좋다. 공무원 우대 시대가 맞긴 맞다. 군월산은 여느 뒷산처럼 편안하다. 일부..

사진속일상 2012.03.20

사랑의 지옥 / 유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짖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한 캄캄한 감옥에 닫혀 운다 - 사랑의 지옥 / 유하 어렸을 때 이런 장난 많이 했다. 그때는 호박꽃 속에 갇힌 꿀벌이 재미있었다. 그게 시인의 눈을 거치니 사랑과 결혼의 비유로 되었다. 정말 그럴듯하다. 사랑과 결혼이 뭘까? 불빛으로돌진하는 부나비처럼 남녀는 자신의 짝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는 짝짓고 가정을 만들어 자식을 낳는다. 왜 꼭 그래야 하지? 지상의 피조물로서 유전자의 명령..

시읽는기쁨 2012.03.19

핸드메이드 라이프

며칠 전에 마트에서 산 물건이 한 보따리 배달되었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참 좋은 세상이다!" 방에 앉아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을 하면 약속된 시간에 집에까지 갖다 준다. 너무 편하다. 그러나 아내의 '좋은 세상'이라는 말은 액면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정말 좋은 세상일까?'라는 의문과,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라는 두려움이 '좋은 세상'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다. 가능하면 대형 마트를 이용 안 하려 하지만 가격과 편리함 때문에 무너지고 만다. 도시에 살게 되면 머리와 몸이 따로따로 놀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세상은 살기 좋아지고 편리해졌지만 우리는 전보다 더 공허해졌다. 뭔가 근본에서 멀어진 것 같고, 우리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때에 ..

읽고본느낌 2012.03.18

핵발전소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

웬델 베리(Wendell Berry)가 1970년대 중반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할 때였다. 베리는 이 발전소가 끼칠 환경적 영향을 염려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농성을 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지역에 살고 있던 허바드 부부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고,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허바드 부부는 농부로 살며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베리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나중에는 깨달았다고 한다. 문명이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로 살면서 전기 없이도 풍요롭게 사는 것만큼 핵발전소에 근본적이고 효과적으로 반대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이다. 시위하고, 여론을 일깨우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

참살이의꿈 2012.03.17

장자[199]

원헌이 노나라에 살 때 한 칸의 움집 방에 생풀로 지붕을 이었고 쑥대로 엮은 문은 불안했고 뽕나무로 지도리를 삼았고 깨진 독으로 창문을 만든 방이 둘인데 헌 옷으로 막았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는 습한데 바르게 앉아 비파를 타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을 타고 감색 바탕에 겉은 흰 줄이 있는 옷을 입고 수레가 다닐 수 없는 골목이라 걸어서 원헌을 찾아왔다. 원헌은 화산관을 쓰고 발뒤축이 없는 신발을 신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문 앞에서 맞이했다. 자공이 물었다. "오! 선생은 어찌 병색이오?" 원헌이 응답해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을 병통이라 합니다. 지금 저는 가난할 뿐 병통이 아닙니다." 자공은 우물쭈물하면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원헌은 웃으..

삶의나침반 2012.03.16

법륜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바로 이웃 동네인 성남에서 법륜(法輪) 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회가 열려서 아내와 함께 참가했다. 오전에 열린 강연이었는데 백수인 게 이래서 좋다. 법륜 스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국을 돌며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스님의 강연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문즉설(卽問卽說) 형식으로 청중이 질문하면 스님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그 대답이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고 정곡을 찌른다. 이번에도 넓은 강당의 좌석뿐만 아니라 통로와단상에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위로와 희망과 격려의 목소리를 갈망하고 있음을 느꼈다.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사회임을 입증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애환을 나누기를 바란다. 그 역할을 스님이 맡고 있는 셈이..

길위의단상 2012.03.15

베란다의 수선화

봄은 베란다에서 피어나는 수선화와 함께 시작된다. 이제부터 꽃들과 만날 기대에 가슴이 설렌다. 귀엽고 예쁘면서, 착하기도 한 나의 모델들. 올들어 처음 찍어본 꽃사진이다. 아프고 외로운 그대에게 수선화의 향기를 전합니다. 이 시와 함께.... 우리는 너나 없이 아프고 외로운 존재라는 걸 잊지 마세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

꽃들의향기 2012.03.14

사람이 사람에게 / 홍신선

2월의 덕소 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은 걸. 입 닥치고 강 가운에서 빠져 죽는 걸. 외돌토리 나뉘인 갈대들이 언저리를 둘러쳐서 그걸 외면하고 막아주는 한가운데서 보았다,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 걸. - 사람이 사람에게 / 홍신선 피정에 다녀온 아내에게서 안타까운 얘기를 들었다. 옆에 있던 한 분이 2박3일 내내 울기만 하더란다. 나중에 들은 사연은 이랬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딸이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사고사였다. 지난 10월의 일이었다. 아들은 고3 수험생으로 수능을 앞두고 있어 누나의 죽음을 알리지도 못했다. 대학..

시읽는기쁨 2012.03.14

중앙동 느티나무

재미있게 생긴 느티나무다. 두 줄기가 하나로 붙은 연리목 모양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연결된 것이므로 이건 연리목은 아니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200년은 넘어 보인다. 줄기가 붙은 모양으로 볼 때 같이 붙어 산 지도 한참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이런 형태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되고 크지 않을까 싶다. 과천시 중앙동주민센터 구내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2.03.13

중앙동 은행나무

건강하고 잘 생긴 은행나무다. 과천시 중앙동 구세군회관 운동장 끝에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은 과천외고다. 이곳 중앙동 일대는 옛날에 관아와 향교 등이 있던 곳으로 보인다. 곳곳에 오래된 나무들이 있다. 이 은행나무도 그중의 하나다. 이 나무의 수령은 400년이 넘었다. 높이는 21m, 줄기 둘레는 4.3m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모습이 무척 예쁠 것 같은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03.13

[펌] 전원생활 선배의 충고

첫째, 전원주택을투기의 대상으로 삼지마라! 전원생활이란? 나와 내 가족의 삶에 윤기를 나게 하는 생활, 나와 내 가족의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는 생활, 나와 나의 가족을 건강하게 만드는 생활. 곧 요즘 유행하고 있는 웰빙이다. 웰빙이란 ? 건강하고, 안락하고, 만족한 인생을 살자는 의미란다. 행복, 안녕, 복지 등의 삶의 질을 강조하는 용어로서, 물질적 가치나 명예를 얻기 위해 달려가는 삶보다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삶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것이다. 이 용어는 어쩌면 전원생활하고 딱 맞아 떨어지는 용어다. 그래서 나와 나의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또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거기에서 우리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커다란 행복을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건강한 생활을..

참살이의꿈 2012.03.12

장자[198]

왕은 사마자기에게 말했다. "설은 양 잡는 비천한 처지에 살지만 의를 진술함에 심히 고상하오. 사마께서 나를 위해 그에게 재상의 지위를 받도록 인도하시오!" 설이 말했다. "삼정의 지위가 양 도축업의 우두머리보다 높은 줄 알고 만종의 녹이 양 도축업의 이익보다 부한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제 어찌 작록을 먹음으로써 우리 왕이 잘못 베풀었다는 오명을 받게 하겠습니까? 저는 감당할 수 없으니 원컨대 도축장의 자리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끝내 그는 상을 받지 않았다. 王謂司馬子기曰 屠羊說居處卑賤 而陳義甚高 子기爲我延之 以三旌之位 屠羊說曰 夫三旌之位 吾知其貴於屠羊之肆也 萬種之祿 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 然豈可以食爵祿 而使吾君有妄施之名乎 說不敢當 願復反吾屠羊之肆 遂不受也 - 讓王 6 초나라 소왕(昭王)이 나라를..

삶의나침반 2012.03.12

후쿠시마를 반성의 기회로

일본 동북부 지방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참사가 일어난 지 한 해가 지났다. 1년 전 오늘, 규모 9.0의 강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일본 도호쿠 지방을 덮쳤다. 시커먼 바닷물이 육지로 밀려 들어오는 무서운 광경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이 지진으로 2만 명이 넘게 사망했고, 수많은 이재민이 생겼다. 아직도 34만 명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쓰나미보다 더 큰 재앙이 연이어 찾아왔다. 지진의 여파로 전력이 중단되자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 그러자 원자로 노심이 녹고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었다. 히로시마 원폭의 수백 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 땅과 바다를 오염시켰다. 사람을 비롯한 생물들도 피폭되었다. 아직도 방사능 공포는 계속되고 있고, 피..

참살이의꿈 2012.03.11

과천동 향나무

이 옆으로 수도 없이 다녔지만, 골목길에숨어 있어서 있는 줄 몰랐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에 있는 향나무다. 수령은 500년이 넘었다. 기둥 줄기가 많이 상했어도 나무 상태는 건강하다. 아담하면서 예쁘게 생긴 나무다. 특히 줄기의 라인이 예술이다. 옛날에 이 나무는 마을 입구에 있었다 한다. 옆에는 우물도 있었을 것이다. 시골 풍경 하나가 그려진다. 그러나 지금은 도로와 현대식 건물에 둘러싸여 무척 답답하게 보인다. 아마 개인 사유지에 속해 있는 것 같다. 이 땅 주인은 누구도 소유 못 한 보물을 갖고 있는 셈이다. 나무의 높이는 8m, 줄기 둘레 3m다.

천년의나무 2012.03.10

사기열전

사마천의 을 읽고 있다. 김원중 선생이 옮기고 민음사에서 펴낸 건데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번역본 중 가장 잘 된 책이라고 한다. 문장도 유려하고 고증이나 해설이 잘 되어 있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첫째 권을 읽었다. 는 상고시대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한 무제 때까지의 중국 역사를 다룬다. 본기(本紀) 12편, 표(表) 10편, 서(書) 8편, 세가(世家) 30편, 열전(列傳) 7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열전은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간다. 주나라 붕괴 후 등장한 제후국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칠웅[진(秦), 한(韓), 위(魏), 제(齊), 초(楚), 연(燕), 조(趙)]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열전은 역사적 정보가 아니라 인물의 특징과 의미를 전하는데 ..

읽고본느낌 2012.03.09

달 뒷면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27.3217일로 똑 같다. 그래서 늘 같은 면만 지구를 향한다. 달 뒷면은 1959년에 소련 우주선에 의해 최초로 촬영되었다. 학교에서 달의 공전과 자전주기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걸 처음 배웠을 때는 무척 신기했다. 우연이라면 너무 기묘한 우연이었다. 그러나 태양계에 있는 대부분의 위성이 달과 마찬가지로 공전과 자전주기가 같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고 조금은 허탈했다.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과학의 원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성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일치하는 이유는 행성과 위성 사이의 조석력 때문이라고 한다.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이다. 지구의 인력이 달에 영향을 미쳐서 빠른 자전은 느리게 하고, 느린 자전은 빠르게 해서 결국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지게 된다. ..

길위의단상 2012.03.08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인은 한 사랑을 떠나보내고 선운사를 찾았는지 모른다. 아마 그때가 4월쯤 되었을까, 뚝뚝 떨어진 선운사 동백꽃을 보았을 것이다. 사랑은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가어느 날 떠나갔다. 꽃이 피면 지는 게 자연의 섭리이듯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다. 그걸 모를 리 없건만 서운하고 아쉬운 건 어찌할 수 없다. 그대가 어찌 꽃이 지듯 쉽게 잊히겠는가. 이 시를 읽으면 왜 그런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떠오른다. 소월의..

시읽는기쁨 2012.03.07

탄벌동 참나무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炭筏洞)은 옛날에 숯을 굽던 마을에서 유래되었다. 지금도 숯가마골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그래선지 뒷산에는 참나무가 많다. 숯가마골 입구에 오래된 참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거의 300년 가까이 된 나무다. 참나무가 수백 년을 산다는 건 드문 일이다.그래서 이 나무는 오래전부터 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유지에 속해 있는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렵다. 이 나무가 참나무 중에서 어떤 종류인지는 확인을 못했다. 짐작건대 갈참나무가 아닌가 싶다. 내 고향에는 600년 된 갈참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로 독야청청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나무도 대단하다. 다만 주변 나무들 때문에 생장에 제한을 받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