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 34

현저동 위성류

위성류를 아시나요? 나무에 별 관심이 없으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만나기 어려운 나무다. 나도 용주사에선가 딱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런 위성류가 서울에 있다. 위성류(渭城柳)는 한자 이름을 풀면 '위성의 버드나무'라는 뜻이다. 이별을 노래한 왕유(王維)의 시에 위성의 버드나무가 나온다. 渭城朝雨읍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위성의 아침비는 가볍게 먼지를 적시고 여관의 버드나무는 더욱더 푸르고 싱싱하네 권하노니 다시 한 잔을 다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가 없으리니 위성(渭城)은 중국 장안의 북쪽 교외에 있던 도시였다.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멀리 여행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던 곳이다. 길 떠나는 사람에게 버드나무를 건네주는 것은, 버드나무 류..

천년의나무 2012.04.30

서대문독립공원과 안산을 산책하다

서대문에 사는 첫째를 찾아간 길에 독립공원과 안산을 산책했다.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날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鞍山)은 높이가 296m로 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옛날 서대문형무소가 있던 자리에 독립공원을 만들었다. 다른 어느 공원보다도 역사적 의미가 강한 곳이다. 원 위치에서 이전된 독립문이공원 한 켠에 있다. 공원에서 만난 나무와 꽃들. 흰제비꽃이 반가웠다. 안산으로 오르는 길. 조금만 올라가도 서울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 가까이에 이런 좋은 산이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휴일인데도 산길은 사람이 별로 없이 한적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왕산과 북한산 풍경을 파노라마로 찍어 보았다. 뒤에 있는 북한산 줄기의 봉우리들은 왼쪽부터 차..

사진속일상 2012.04.29

광대나물

꽃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아선지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는 꽃이다. 그러나 봄이면 논둑이나 밭둑에서 무리지어 피어나는, 가장 서민적인 꽃이라 할 수 있다. 이름도 광대나물이다. 그래선지 꽃 모양이 광대가 춤추는 모습 같기도 하다. 나물이라는 말이 붙은 것으로 보아 어린 순은 먹기도 했는가 보다. 전 직장 화단에서는 3월이면 항상 이 광대나물을 볼 수 있었다. 누가 가꾼 것도 아닌데 화단 귀퉁이에서 저 혼자 피어났다. 이 꽃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 비밀스레 감춰두고는, "안녕, 올해도 너와 다시만났구나!" 하고 인사를 나누곤 했다. 떠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광대나물은 올봄에도 어김없이 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얘를 알아보고 반가운 눈맞춤을 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꽃들의향기 2012.04.29

괭이눈

애기괭이눈, 털괭이눈, 흰털괭이눈, 선괭이눈, 산괭이눈, 가지괭이눈, 금괭이눈..... 괭이눈 종류도 많다. 괭이눈을 볼 때마다 무슨 괭이눈인지를 구별하려 했지만 너무 어려워 이젠 포기했다. 확실히 아는 것은 애기괭이눈 하나뿐이다. 그냥 구별 없이 모든 걸 괭이눈이라고 두루뭉술 부르기로 했다. 그게 마음 편하다. 뒷산에 괭이눈 군락지가 있다. 산 정상 부근 습기가 많은 곳에 자기들끼리 마을을 이루며 산다. 가운데 노란 꽃이 닫혀 있을 때는 사각형 모양인데 마치 작은 보석 상자 같다.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해서 괭이눈이라 이름 붙인 것도 재미있다. 언제 보아도 탄성을 자아내는 귀여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2.04.28

개심사 청벚꽃

벚나무에도 종류가 많다. 내가 아는 것만도 수양벚나무, 산벚나무, 겹벚나무, 왕벚나무가 있다. 이외에도 개벚나무, 올벚나무, 섬벚나무 등이 우리나라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품종 개량을 통해 더욱 많은 종류를 만들어냈다. 서산 개심사에는 보기 드문 벚나무가 있다. 푸른색의 꽃을 피우는 청벚나무다. 공식적으로 이런 이름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이 나무를 청벚나무, 꽃은 청벚꽃이라 부른다. 청벚꽃은 겹꽃으로 크고 풍성하다. 가장 큰 특징은 색깔이다. 멀리서 보면 꽃에서 옅은 푸른색이 난다. 또는 연두색으로도 보인다. 보통 벚꽃은 흰색이거나 연분홍색인데 이 벚꽃은 특이하다. 또, 향기도 진하고 개화 시기도 늦다. 이 벚나무는 유일하게 개심사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개심사의 벚나무는 꽃을 늦게 피운다. ..

꽃들의향기 2012.04.28

해미읍성 회화나무

해미읍성에는 천주교 박해의 상흔이 남아 있다.이 회화나무도 그중 하나다. 옥사에 수감된 천주교 신자들을 끌어내어 철삿줄로 머리채를 감고 이 나무에 매달아 고문하고 죽였다. 1790~1880년대에 일어난 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적어도 1천 명은 될 거로 추정한다. 1866년의 병인박해 때는 붙잡혀온 신자 수가 너무 많아그냥 구덩이에 밀어 넣고 생매장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수령 300년 정도인 이 회화나무는 자신의 몸에 매달린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또한 얼마나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을 들었을 것인가. 그래선지 나무는 기력이 많이 상해 있다. 나무도 속울음을 슬피 울었으리라. 가톨릭에서는 이 나무를 순교목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해미성지 안에 있는 기념관..

천년의나무 2012.04.27

해미읍성 느티나무

해미읍성(海美邑城)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성종 22년(1491)에 축조된 성이다. 이순신 장군도 초급 장교 시절에 이곳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성 안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는 동헌 앞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마치 찾아오는 손님을 맞듯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다. 수령이 400년으로, 높이 16m, 줄기 둘레 4.7m다. 전에 왔을 때보다 성 안은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어수선했던 가옥들도 모두 철거 되었다. 느티나무 주위 풍경도 시원하다.

천년의나무 2012.04.27

해미에 다녀오다

수녀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해미에 다녀왔다. 해미성지(海美聖地)에 가는 게 목적이었지만 해미읍성과 개심사도 들러보는 봄소풍이 되었다. 어제 내린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몹시 센 날씨였다. 해미 지역은 거의 10년 만에 다시 찾아간 셈이다. 전보다 모든 곳이 깔끔하게단장되어 있었다. 읍성 안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노란 유채꽃밭이 인상적이었다. 박해 시대 때 이곳 해미에서만 1천 명 가까운신자들이 순교를 했다. 산 채로 둠벙에 밀어넣고는생매장을 했다. 그런 비극의 현장에 해미성지가 위치하고있다. 십자가의 길 14처를 돌았다. 이곳을 '여숫골'이라 부르는 것은 '예수 마리아'라고 하는 신자들의 기도 소리를 '여수 머리'라고 잘못 알아들은 주민들에 의해 그대로 지명으로 되었다고 한다. "그렇고 말고. 기쁜..

사진속일상 2012.04.26

염소 / 맹문재

벚꽃이 어지럽게 떨어진 길을 어미 염소가 타달거리며 가고 있다 그 뒤에는 새끼 두 마리가 아니 열 마리 스무 마리가 총총 따른다 우스꽝스러운 몇 가닥의 턱수염 같은 기침을 가끔씩 내뱉으며 간다 어디를 보더라도 새끼를 데리고 갈 힘이 어미 염소에게는 없다 그리하여 가던 걸음 멈추고 구치소의 아들을 면회하는 아버지 같은 얼굴빛으로 하늘을 쳐다본 뒤 다시 길을 간다 그림자가 그 어떤 길도 마다하지 않고 주인을 따르듯 옛날의 어미가 갔던 길을 따라 간다 어미 염소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른다 단지 새끼 두 마리가 아니 열 마리 스무 마리가 뒤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새끼들이 힘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 - 염소 / 맹문재 인간이 가는 길도 염소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읽는기쁨 2012.04.25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지난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을 색깔로 표시한 지도다. 부끄러운 우리의 현주소다. 내가 선거권을 가지고 투표를 시작한 이래 동쪽 지역은 언제나 이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할 세월이 흘렀는데도 똑같다. 패거리 의리도 이만하면 알아줄 만하다. 그나마 서쪽은 알록달록 물이 들고 있다.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 뭘까를 생각한다. 나도 고향이 동쪽이지만 고향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물론이나 정치적 냉소주의는 핑계다. 단순한 지역색 이상의 무엇이 인간을 좌우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인간은 떼로 움직이게 되면 멍청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모른다. 지역, 파벌, 민족으로 갈라져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역사는 수도 없이 많다. 선거만 끝나면 뒤를 덜 보고 나온 것처럼..

길위의단상 2012.04.24

봄 한가운데서 피어나는 봄맞이꽃

4월 중순이면 이미 이른 봄꽃은 지고 난 뒤인 봄의 한복판이다. 그러나 봄맞이꽃은 그제야 얼굴을 내밀고 5월 늦게까지도 꽃을 피운다. 봄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봄의 한창 시절을 노래하는 꽃이다. 봄맞이꽃의 가운데 노란 테두리를 보면 연지곤지로 단장한 고운 시골 아가씨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봄맞이꽃'이라는 이름보다는 '봄아씨꽃'이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한다. 올봄도 어김없이 봄맞이꽃이 곱게 반긴다. 봄맞이꽃은 보고 싶어 깊은 산중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친근한 꽃이다. 길가에서, 화단에서, 시골 밭둑에서 부담 없이 피어난다. 예쁘다고 사람들이 그다지 신경 써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무심한 사람 발길에 짓밟히기도 하지만 쓰러져도 다시 꼿꼿이 고개를 쳐든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꽃이지만 ..

꽃들의향기 2012.04.23

장자[204]

그자는 노나라 협잡꾼 공구가 아니냐? 내 말을 그대로 전해라. 너는 함부로 문왕, 무왕을 팔며 거짓말을 지어내고 나뭇가지 같은 관을 쓰고 죽은 쇠가죽으로 띠를 두르고 번다한 요설을 꾸며 밭 갈지 않고 베 짜지 않으면서 호의호식한다. 혀와 입술을 놀려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만들어 천하의 임금을 홀리고 천하의 선비를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그릇된 효제를 지어내어 요행으로 벼슬과 부귀를 노리는 자이니 너의 죄는 크고 지극히 막중하다. 빨리 돌아가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네 놈의 간을 내어 점심 반찬으로 먹으리라. 此夫魯國之巧僞人孔丘非邪 爲我告之 爾作言造語 妄稱文武 冠枝木之冠 帶死牛之脅 多辭繞說 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使天下學士 不反其本 妄作孝悌 以僥幸於封侯富貴者也 子之罪大極重 ..

삶의나침반 2012.04.22

안림동 느티나무

충주시 안림동(安林洞)은 시내에서 충주댐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예전의 안심리(安心里)와 어림리(御林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동네다. 특히 어림(御林)은 백제 문주왕(文周王, 재위 475-477) 때 가행궁이 있던 솔밭이었다고 한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옛 마을의 흔적은 사라지는데 느티나무 두 그루가 지나온 세월의 깊이를 전해준다. 수령이 300년가량 된 나무다. 넓은 도로변에 있어 눈에는 잘 띄는데 왠지 초라하고 쓸쓸해 보인다. 작은 보호수 표석 하나가 옆을 지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2.04.20

내가 꿈꾸는 집

나는 양지바른 산자락 아래에 있는 작고 조용한 집을 꿈꾼다. 터는 100평 정도면 넉넉하겠다. 거기에 10평대의 작은 집을 앉히고 싶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집이다. 마당과 텃밭이 있고, 화단도 있다. 집 둘레에는 나무를 심겠다. 귀퉁이에는 항아리 몇 개가 얌전하게 앉은 장독대도 놓을 것이다. 다른 건 양보할 수 있으나 소음은 안 된다. 이런 꿈을 꾸는 건 도시의 소란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싫어하는 첫째 이유가 층간 소음 때문이다. 아파트는 외부 소음은 잘 차단하지만 내부 소음에는 속수무책이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 와서는 더 싫어하게 되었다. 전에 여주 밤골에서 살 때는 이웃집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젠 제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

참살이의꿈 2012.04.18

감수성 / 백무산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전재산 십억이 넘는 돈을 모교인 국립서울대학교에 기부하고 갔습니다 살아 계실 때 온화한 모습 그대로 얼마 뒤 부산 사는 진순자(73) 할머니는 군밤장수 야채장사 파출부 일을 하며 평생 모은 일억 팔백만원을 아프리카 최빈국 우간다 굶주려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에게 보냈습니다 "우리도 굶주려 원조 받아 공부도 하고 학용품도 사고 그랬단다. 우간다 아이들아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당부도 담아서 농사짓고 공장 일 하는 사람들의 공부 모임에서 시를 공부하다 나온 얘기였는데 누가 내게 물었습니다 둘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나는 계급성이라고 말하려다 감수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계급적 감수성이라고 말하려다 생명의 감수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수성은 윤리적인 거라고 말하려다 제..

시읽는기쁨 2012.04.17

모두 어디 있지?

밤하늘의 별을 보면가슴이 뛴다. UFO, 우주인, 외계 문명 등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지적 생명체를 상상하면 더욱 그렇다. 우주의 나이가 120억 년이나 되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수의 별들이 있는데, 우주의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논리는 지극히 타당하다. 생명 발생이 지구에서만 일어난 특수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도리어 이상하다. 그러니 우주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문명으로 발전시킨 존재가 있을 것이고, 그들은 성간 여행을 했을 것이고, 은하를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찾아온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우주 공간에서는 그들이 통신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어디 있지?" 논리적으로는 그들과 접촉해야 마땅한데 ..

읽고본느낌 2012.04.16

장자[203]

"우리가 들은 바로는 옛 선비들은 치세를 만나면 벼슬을 피하지 않고 난세를 만나면 구차한 삶을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천하가 어두워지고 주나라 덕은 쇠미하니 주나라에 병합되어 내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속세를 피하여 내 행실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 그들은 북으로 수양산에 이르러 이윽고 굶어 죽었다. 백이숙제를 따르는 자는 부귀를 구차하게 얻을 수 있다 해도 반드시 취하지 않을 것이며 고고한 절의와 엄정한 행실로 자기 뜻을 홀로 즐거워하며 속세를 섬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두 사람의 절조다. 吾聞古之士 遭治世不避其任 遭難世不爲苟存 今天下闇 周德衰 其竝乎周以塗吾身也 不如避之以潔吾行 二子北至於首陽之山 遂餓而死焉 若伯夷叔齊者 其於富貴也苟可得已 則必不賴 高節戾行 獨樂其志 不事於世 此二子之節也 - 讓王..

삶의나침반 2012.04.15

페트롤리우무스의 전설

록펠러는 석유를 '악마의 눈물'이라고 불렀다. 석유왕이었던 그는 검은 황금의 어두운 그늘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석유 없는 현대 문명을 상상하기 어렵다. 인류에게 엄청난 물질적 부와 발전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재앙도 선물했다. 만약 석유가 없었다면 대규모 살육이 일어난 세계대전이나 핵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도 강대국의 패권 싸움에는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욕망이 깔려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만 석유 역시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되기도 하고 저주가 되기도 한다. 화려한 기술 문명을 꽃피웠으나파괴하는 힘도 함께 가지고 있다. 김진송님의 책을 보다가 석유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 전설을 접했다. 고전적인 전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아마 이분이 만들어낸 이..

길위의단상 2012.04.14

광주 태화산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태화산(泰華山)에 올랐다. 해발 644m이니 광주 지역에 있는 산으로는 꽤 높은 편이다. 들머리는 도척면 유정리의 유정저수지가 있는 은곡사 입구였다. 솔숲을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바로 급경사가 나왔다. 태화산은 상당히 급하게 솟은 산으로 경사가 심했다. 걷기에 편한 산은 아니었다. 한 바퀴 라운딩을 했는데 내려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찾을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 산이다. 병풍바위 옆에 잘 생긴 소나무가 있는데 생김새가 특이하다. 소나무 줄기 안에서 또 다른 나무가 자랐는데 고사해 버렸다. 그런데 안에 있는 나뭇가지가 소나무 줄기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만약 살아있다면 더욱 진기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산줄기가 광주시내까지 이어진다. 마구산, 정광산,..

사진속일상 2012.04.13

앞산 진달래

진달래는 수줍어하는 고운 새색시 같은 꽃이다. 야산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꽃의 이미지가 그렇다. 어느 누가 진달래에다 슬픈 한의 전설을 덧붙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만나는 진달래는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 산에서 뛰놀다 허기를 채워주던 진달래는 얼마나 고마운 꽃이었던가. 그때 우리는 이 꽃을 참꽃이라 불렀다. 결코 어두운 느낌의 꽃이 아니다. 앞산을 산책하다가 진달래를 만났다. 진달래는마을 옆 작은 산에 듬성듬성 피어 있어야 제맛이 난다. 영취산이나 고려산 같이 산 전체가 온통 진달래로 뒤덮인 곳은 멋진 볼거리를 제공할지는 몰라도 내 추억 속의 진달래는 아니다. 아직 나뭇잎이 나오지 않은 산에서 홀로 피어나 봄소식을 알리는 꽃, 선명히 드러나지만 부끄러운 듯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진달래야말로..

꽃들의향기 2012.04.12

제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아세요?

19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고 희망하며 투표를 했다. 그러나 투표로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회의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선거란 어쩌면 그들의 지배를 합법적으로 용인해주는 절차인지도 모른다. 서민을 위한다는 권력자를 골라 뽑는다고 서민의 정의가 이루어질까? 그래도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하자. 과거의 경험과 현실의 암담함이 투표장으로 나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침묵과 무관심은 불의의 세력에 대한 암묵적인 찬동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당한 분노와 참여가 그나마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고 믿기에.... . . . . . . . . "제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아세요?" "제가..

참살이의꿈 2012.04.11

가만히 돌아가기 / 박노해

자연을 거스르면 몸이 운다 몸이 울면 마음도 아프다 아플 땐 멈추고 자연으로 돌아가기 거스르고 무리한 것들 내려놓고 비우기 힘들고 아플 땐 기본으로 돌아가기 새 힘이 차오르도록 그저 비워두고 기다리기 - 가만히 돌아가기 / 박노해 그래, 서둘지도 안달하지도 마.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내려놓고 가만히 기다리는 거야. 뭘 기대할 필요도 없어.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아도 괜찮아. 때가 되면 다 무르익어가는 거야. 세상살이 잃고 얻는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마. 아픈 상처도 세월이 지나면 저절로 낫게 될 거야. 거스르고 무리하지 않기, 비워두고 가만히 기다리기....

시읽는기쁨 2012.04.10

낭만아파트

우리나라 근현대 문화사를 말할 때 아파트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아파트는우리의생활 양식과 의식을 지배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전체 세대의 반 이상이 이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가 좁은 땅에서 주거 문화를 개선하는데 효과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는 투기와 욕망, 물신숭배의 상징이 되고 있다. 어떤 소설가는 아파트를 '사람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넷'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과 안락을 무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에서아파트는 돈이 된다는 데 있다. 또한 아파트 위치와 평수는 특권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개발 시대의 효용이 다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아파트의 매력이 쉽게 사라..

읽고본느낌 2012.04.09

강원감영 느티나무

원주시 일산동에 있는 강원감영터는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강원도 일대를 다스렸던 감영이 있던 곳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원주군청이 있다가 이전하고 지금은 감영 건물의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강원도 관찰사의 집무실이었던 선화당(宣化堂) 뒤에 6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윗부분이 많이 상했고 점점 노쇠해져가는 게 안타깝지만 V자 형의 줄기는 아직 당당하다. 나무 키는 25m, 줄기 둘레는 6m다. 이 나무는 줄기에있는 송이버섯 모양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직접 보니 남자의 거시기와 민망할 정도로 닮았다. 크기도 만만찮다. 옛날에는 자녀를 못 낳은 여인네들이 이 나무 앞에서 몰래 치성을 드렸다 한다. 하여튼 재미있게 생긴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04.08

장자[202]

순임금이 천하를 북인 무택에게 선양하려 했다. 무택이 말했다. "그대의 사람됨은 이상하군! 밭도랑에서 살다가 요임금의 문하에서 노닐더니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욕된 행동으로 나까지 더럽히려 하는구려! 나는 그대를 보는 것조차 수치스럽다네." 이 말을 남기고 청령의 연못에 투신자살했다. 舜以天下讓其友北人無澤 北人無澤曰 異哉后之爲人也 居於견畝之中 而遊堯之門 不若是而已 又欲以其辱行漫我 吾羞見之 因自投淸冷之淵 - 讓王 10 문맥으로 볼 때 순임금과 무택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순이 요임금의 뒤를 이어받기 전까지는 둘은 같은 길을 가던 도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순이 임금이 되면서 둘의 길은 정반대로 갈라졌다. 무택은 틀림없이 현실 지향적인 순을 경멸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는 친구의 말에 ..

삶의나침반 2012.04.08

산소 풀 뽑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날씨다. 4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더니 태풍급의 강풍이 며칠째 불고 있다. 비닐하우스 농가의 피해가 크고, 서울에서는 전철이 멎기도 했다. 고향에 오가는 길에서도 눈을 만났고, 달리는 차가 기우뚱거려 조심해야 했다. 한식(寒食)에는 산소에 난 풀 제거 작업을 했다. 잔디 사이에 돋은 풀을 하나하나 캐내느라 어머니와 둘이서 했는데도온종일이 걸렸다. 망초, 쇠뜨기, 꽃다지가 유난히 많았다. 밭에다 산소를 쓴 탓에 잡초 씨앗이 많이 날아든다. 그래도 초봄에한 번 작업을 해주면이후에는 산소 돌보는 게 훨씬 수월하다. 그것도 일이라고 오후에는 무척 힘이 들었다.아파트에서 편히 지내던 몸이 이게 웬 고생이냐고 했다. 겉으로 표시도 못하고 많이 부끄러웠다.머리 따로 몸 따로..

사진속일상 2012.04.07

혼자서도 잘 놀아요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새 학년이 되면 담임 선생님께 가정환경조사서를 적어냈다. 그중에서 '취미', '특기', '장래 희망' 같은 걸 적을 때면 항상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게 없었던 나로서는 그날 기분에 따라 적당한 말로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취미'를 적을 때 제일 많은 써먹은 것은 '독서'였다. 그러나 학생으로서 독서가 취미가 될 수 있느냐는 담임 선생님의 핀잔을 들은 뒤로는 그마저도 마음 놓고 적을 수 없었다. '특기'와 '장래 희망'은 더욱 난감했다. 언젠가는 '특기'도 독서로 써넣고는 실소하기도 했다. 지금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젠 분명히 답할 수 있다. 만약 특기를 묻는다면 '혼자서도 잘 놀기'라고 당당히 대답하겠다. 젊었을 때는 비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 싫었는데 나이가 들..

참살이의꿈 201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