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 23

은고개-남한산성-샘재

남한산성 숲에 든다. 은고개를 들머리로 하여 샘재로 내려온 긴 산길이다. 햇볕은 따가우나 바람 서늘하다. 숲에 들면 자질구레한 세상사의 시름은 눈 녹듯 사라진다.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주위는 온통 초록의 바다다.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편안함이 이러할지 모른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온종일 가만히 있어도 지루하지 않겠다. 그러나 길은 앞으로 열려 있고 새로운 길 또한 걸어보고 싶다. 벌봉에 이른다. 벌봉[蜂峰]은 바위로 된 봉우리인데 생긴 모양이 벌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전체 모습이 잘 파악되지 않는다. 벌봉은 높이가 512m로 수어장대(497m)보다 더 높다. 김훈의 에 보면 청나라군이 이곳에서 화포로 성안을 포격했다는 내용이 나..

사진속일상 2012.06.27

역사 앞에서

'한 사학자의 6.25 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역사학자 김성칠(金聖七) 선생이 1950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인공 치하의 서울에서 지내며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문이다. 서울대 사학과 조교수로 있었던 선생은 피난을 가지 않고 정릉 집에 머물며 동란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중립적 입장에 섰던 선생은 역사학자답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있다. 사료로서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적으신 것 같다. 어느 전쟁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념의 광기에 희생되는 것은 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민중들이다. 다만 그 시대에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희생자가 된 경우가 허다하다. 6.25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었고,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벌써 62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다.남북간에 적..

읽고본느낌 2012.06.25

베란다의 제라늄

베란다에 핀 제라늄이 환하다. 이맘때면 제일 화려하게 피어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식물을 기르다 보면 정성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고운 꽃을 기대한 건 형편 없고,그냥 내버려둔 게 예쁜 꽃을 보여줘 놀란다. 각 식물의 특성을 모르고 물만 많이 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과잉보호는 차라리 무심(無心)만 못하다. 제라늄을 가만히 보니 금방 핀 꽃은 색깔이 진한데 오래될수록 점점 탈색되며 흰색이 많아지는 게 재미있다. 벌써 한 달째 쉼 없이 피고 지며 우리 집을 곱게 장식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12.06.22

장자[211]

기술이 좋으면 수고롭고, 지혜로운 자는 근심이 많은 것이다. 능함이 없는 자는 구함도 없으니 배부르게 먹고 맘대로 노닌다. 물결 따라 떠가는 배처럼 묶이지 않고 비어 있는 것이 맘대로 노니는 자다. 巧者勞而知者憂 無能者無所求 飽食而敖遊 汎若不繫之舟 虛而敖遊者也 - 列禦寇 1 앞부분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열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되돌아오던 중에 백혼무인을 만났다. "그대는 무슨 잘못된 일이 있어 되돌아왔는가?" "제게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로 놀랐는가?" "제가 열 집에서 음식을 사 먹었는데, 다섯 집에서는 돈도 받지 않고 대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존경하는 것을 접하고 열자는 도리어 두려워했다. 장사치들이 이렇게 하는데 나중에는천자가 정사를 맡기고 공적을 이루라고 ..

삶의나침반 2012.06.21

공상 / 구중서

고향 마을 외진 터에 빈집 하나 있을까 종중 땅에 있던 집 맡아서 들어가 헌 데를 황토로 발라 누울 방을 마련할까 흙 마당 울 밑에 아욱이랑 호박 심고 여기저기 나는 잡초 자라게 버려두고 봉당 위 마루에 앉아 내다보면 좋겠네 뒷산의 어느 골짝 샘솟는데 있으련만 물길을 끌어대면 곡수연 터 되려나 도회의 친우가 오면 술잔을 띄워볼까 - 공상 / 구중서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을 산책하다가 만난 시다. 요사이 내 공상과 닮아 반가웠다.어디 외진 터에 낡은 집이라도 있지 않을까 열심히 두리번거리지만 마음을 당기는 데는 아직 없다.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는 내 앞에 나타나리라. 인적 끊긴 산속에 살다 보면 사람과 사람의 소리가 그리워지기도 할까? 제발 그래 보고 싶다.

시읽는기쁨 2012.06.20

몸에서 배우는 지혜

틱낫한 스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스님이 벽에 그림을 걸기 위해 망치로 못을 박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못을 잡고 있는 왼손을 망치로 치게 되었다. 그 순간 오른손은 망치를 내던지고 왼손을 꼭 움켜쥐더라는 것이었다. 또, 왼손이 오른손에게 넌 왜 그렇게 일을 하느냐고 나무라지도 않았다. 왼손이 "오른손! 네가 내게 잘못했어. 나는 정의를 원해. 망치를 이리 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왼손과 오른손은 하나라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화가 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서로 한몸임을 안다면절대 싸우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인과 이슬람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왼손이 기쁘면 오른손도 기쁘고, 왼손이 고통스러우면 오른..

참살이의꿈 2012.06.19

광주 노적산

노적산(露積山, 388m)은 남한산성에서 남쪽으로 뻗은 줄기의 맨 끝에 있는 산이다. 지형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에 해당된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노적'이라는 명칭도 군사 활동과 관계되어 있지 않나 싶다. 경기도 광주시 광지원리의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해공 신익희 선생 추모비가 있는 곳이 들머리다. 경기도 광주가 선생의 고향이다. 시작부터 정상까지 급경사가 이어진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40분 정도 땀을 흘리면 정상에 닿는다. 본격적인 산길 걷기는 정상을 지나면서부터다. 홀로 걷는 산길이 호젓하다. 이름난 명산보다는 가까이 있는 이런 조용한 산길이 좋다. 오르막에서는 호흡이 빨라지지만 이런 길을 만나면 느릿느릿 걷게 된다. 숲은 세상의 소리를 차단하고 조용하다. 심..

사진속일상 2012.06.18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7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41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370만 년 ~ 29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300만 년 ~ 24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에티오피쿠스(260만 년 ~ 230만 년 전) 호모 루돌펜시스(250만 년 ~ 18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210만 년 ~ 1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부스투스(190만 년 ~ 12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180만 년 ~ 3만 년 전) 호모 하이델메르겐시스(60만 년 ~ 20만 년 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20만 년 ~ 3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20만 년 전 ~ 오늘) 원시적인 인류의 형태는 약 2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 180만 년 전에 호..

읽고본느낌 2012.06.17

파란이 사라진다

내 블로그의 포털로 사용해 오던 '파란'이 2012년 7월 31일 24시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공고되었다. 심심치 않게 폐쇄 소식이 들리더니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블로그를 옮겨야 하게 되었다. 벌써 두 번째다. 2003년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한미르'였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파란'에 흡수되었다. '파란'은 KT에서 의욕차게 만들더니 수익이 안 나서 문을 닫기로 한 모양이다. 남의 내부 사정에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오직 경제적인 논리로 결정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많은 서비스가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블로그는 '티스토리'로 이관된다고 한다. 제발 내용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옮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번에 '한미르'에서 '파란'으로 넘어갈 때는 사진이나 ..

길위의단상 2012.06.16

생명

아파트 베란다에서 몇 가지 채소를 길러보고 있다. 상추, 방울토마토, 돌나물, 더덕 등이다. 이름하여 '베란다 텃밭'이다. 상추와 돌나물은 몇 번 뜯어먹기는 했지만, 이건 채소 기르는 게 아니라 거의 화초 가꾸기 수준이다. 천장까지 실로 이어주었더니 더덕 줄기가 줄기차게 뻗어 올라간다. '줄기차게'라는 의미를 이를 보며 새삼 깨닫는다. 천정에 달린 빨래 건조대를 감더니 이젠 허공을 손짓한다. 생명의 상승 욕구에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속일상 2012.06.15

장자[210]

공자가 시무룩해서 물었다. "나의 참됨이란 무엇입니까?" 어부가 말했다. "나의 참됨은 정기가 신실함에 이르는 것이다. 정(精)하고 성(誠)하지 못하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억지로 곡을 하는 것은 비록 슬퍼한들 슬프지 않고 억지로 성내는 것은 비록 엄하게 한들 위엄이 서지 않고 억지로 친절한 것은 비록 미소를 지어도 화기애애하지 않다. 내 본성이 슬프면 소리가 없어도 슬프고 내 본성이 노하면 나타내지 않아도 위엄 있고 내 본성이 사랑하면 웃지 않아도 화합한다. 내 본성이 안에 있으면 신명이 밖으로 동하나니 이것을 고귀한 참된 나라고 하는 것이다." 孔子愁然曰 請問何謂眞 客曰 眞者精誠之至也 不精不誠不能動人 故强哭者雖悲不哀 强怒者雖嚴不威 强親者雖笑不和 眞悲無聲而哀 眞怒未發而威 眞親未笑而和 眞在..

삶의나침반 2012.06.14

초롱꽃(3)

시골집 장독대에 있는 항아리를 닮은 꽃이다. 막사발같이 투박해 보이지만, 유백색의 질감은 달항아리를 연상시킨다. 수수하고 순박해서 초가집 담벼락에 피어 있으면 잘 어울리는 꽃이다. 초롱꽃은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해주는 꽃 중 하나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모자라지만 여유 있고, 갖추지 못했지만 만족한다. 초롱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진다. 이해인 수녀님은 초롱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내 마음은 늘 차고 푸른 호수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뜨겁게 움직이는 화산입니다 당신이 사랑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 조금 더 총명해지고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믿음이 깊어지는 한 송이 꽃입니다 당신의 발걸음을 들으면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이는 가만 있을 수가 없어 맨발로 ..

꽃들의향기 2012.06.13

아흔 개의 봄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아흔 노모를 돌보고 있는 아들의 기록이다. 2007년 6월에 갑자기 쓰러진 선생의 모친은 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는데, 선생은 집과 시설을 오가며 극진히 보살펴 드린다. 책에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2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어머니의 상태를 전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잡지에 연재되면서 책으로까지 출판하게 되었다. 선생은 4남매 중 셋째 아들로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만 편애한다고 생각했고, 어머니를 위선자라고 여기며 불화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쓰러지고 난 뒤부터 간병하는 과정을 통해 어머니와 화해하기 시작한다. 이 기록은 모자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또 ..

읽고본느낌 2012.06.12

세 가지 선물 / 박노해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 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 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나는 그 호미로 내가 먹을 걸 일구리라 그 신발을 신고 발목이 시리도록 길을 걷고 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저녁노을을 보고 때로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담소하며 더 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미소 지으리라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 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 세 가지 선물 / 박노해 요사이 내 마음도 이렇다. 호미와 신발과 의자로 상징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적당한 노동, 그리고 신발과 의자가 뜻하는 동(動)과 정(靜)의 조화로운 삶을 희망한다. 그래서 마음은 늘 전원에서의 삶을 꿈꾼다. 땅과 나무와 풀의 벗들과 가까이서 살고 싶다. 내가 ..

시읽는기쁨 2012.06.11

소백산 친구 집

단양군 대강면 소백산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을 삼삼회 회원들과 찾아갔다. 수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준비하더니 작년 퇴직 후에는 가족과 떨어져 거의 상주하며 살고 있다. 좁은 비포장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 산골은 생각보다 깊었다. 휴대폰도 연결되지 않는 오지였다. 깊은 산중이어선지 터의 경사가 급한 게 흠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산세도 험했다. 어느 건축가의 얘기를 들으니 사람들이 고르는 터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차분한 사람은 차분한 터를 고르더라는 것이다.이 터가 친구에게는 잘 맞을 것도 같다. 소형 이동식 주택은 혼자 살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전기 패널로 난방을 하고 화장실은 밖에 따로 있었다. 취사는 소형 가스통을 충전해 쓰고, 동네와 왕래할 때는 작..

사진속일상 2012.06.10

술이 종교보다 좋은 여덟 가지 이유

요네하라 마리의 글을 읽다가 재미있는 내용을 보았다. '술이 종교보다 좋은 여덟 가지 이유'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사람은 아직 없다. 2. 다른 술을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전쟁이 일어난 경우는 없다. 3. 판단력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4. 마시는 술의 상표를 바꿨다는 이유로 배신자 취급을 당하지는 않는다. 5.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화형이나 투석형에 처해진 사람은 없다. 6. 다음 술을 주문하기 위해 2,000년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7. 술을 많이 팔기 위해 속임수를 쓰면 법에 따라 확실히 처벌받는다. 8. 술을 실제로 마시고 있다는 것은 간단히 증명할 수 있다.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어..

길위의단상 2012.06.08

장자[209]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발자국이 싫어서 떨쳐버리려고 달리는 자가 있었다. 발을 들어 올리는 것이 더욱 잦아질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지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느리다고 생각하여 더욱 빨리 달리며 쉬지 않았다. 드디어 힘이 빠져 결국 죽고 말았다. 그 사람은 그늘에 처하면 그림자도 쉬고 처함이 고요해지면 발자국도 그친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어리석음이 얼마나 심한 것인가? 人有畏影惡迹 而去之走者 擧足愈數 而迹愈多 走愈疾 而影不離身 自以爲尙遲 疾走不休 絶力而死 不知處陰以休影 處靜以息迹 愚亦甚矣 - 漁父 2 이 비유를 읽으며 문득 이상의 '오감도'가 떠올랐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삶의나침반 2012.06.07

노인 십계명

황창연 신부님의 멋진 노년에 대한 강의을 듣다가 '노인 십계명'을 소개 받았다. 1. 당황해하거나 성급해하지 말고 뛰지 마라. 2. 자녀가 무엇을 해줄까를 기대하지 마라. 3. 고집부리지 마라. 4. 시샘하지 마라. 5. 공치사하지 마라. 6. 날마다 샤워해라. 7. 날마다 속옷을 갈아입어라. 8. 많이 듣고 조금만 말해라. 9. 많이 움직이고 많이 걸어라. 10. 욕심을 줄이고 나누어주어라. 인터넷을 찾아보니이런 십계명도 있다. 1. 늙는 데 저항하지 않고 순응한다(생로병사는 인생의 철칙이다. 평화로운 표정을 짓자). 2. 호기심과 관심을 잃어버리지 않는다(‘그건 알아 무엇해’ 이것이 늙어가는 징조다. 세상사를 알려는 노력이 화제와 교류를 낳는다). 3. 지나치게 바라지 않는다(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참살이의꿈 2012.06.06

다육이(4)

집 베란다에서 기르는 다육이에 꽃이 피었다. 긴 꽃대가 올라오더니 종 모양의 노란색의 꽃을 달았다. 무척 작고 예쁜데, 이름이 뭔지는 모른다. 그런데 우리 집 다육이는 지난겨울을 지나며 전부 웃자라 버렸다. 실내에 들여놓아서 그렇단다.추위에 떨까 봐 옮겨준 게 도리어 이상한 꼴이 되었다. 보살핌도 지나치면 역효과가 생기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다.

꽃들의향기 2012.06.05

광주 용마산

하남 검단산과 광주 용마산(龍馬山, 595m)은 한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두 산은 직선거리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둘을 이어서 종주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오늘 산곡초등학교를 들머리로 해서 용마산을찍고 엄미리까지 걸었다. 검단산 정상에 오르지는 않고 바로 밑 삼거리에서 용마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곡초등학교 들머리는 20년쯤 전에 검단산 오를 때 자주 이용했던 코스다. 긴 세월 탓인가, 마치 처음 와 보는 산인 것처럼 많이 변했다. 또, 등산로는 전부 계단으로 바뀌어 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르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 1시간 정도 능선까지 오르면서 몇 번을 쉬어야 했다.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었다. 오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쉽게 지쳤다. 가져 간 김밥과 떡을 쉴 때마다 조..

사진속일상 2012.06.04

단암리 느티나무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丹岩里) 남한강변에 네 그루의 느티나무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나무가 별로 없는 강변에서 한 눈에 띄는 나무다. 느티나무가 있다는 건 옛날에 이곳은 마을이 있는 나루터였음을 말해준다. 자료를 찾아보니 생각한 그대로다. 옛 마을 이름은 의암마을이었고, 마을 앞에 버렁말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그 당시 마을 입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나루터와 마을을 오가던 사람들이 쉬던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무 옆에는 주막 하나쯤 있었을 것도 같다. 이제 사람들은 다 떠나고 나루터도 사라졌지만 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더 크고 싱싱하게자라면서, 변해도 변하지 있는 게 있다는 걸 몸으로 보여준다. 그 모습이 당당하고 멋있다. 강 건너편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로 개..

천년의나무 2012.06.03

목돈 / 장석남

책을 내기로 하고 300만원을 받았다 마누라 몰래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어머니의 임대아파트 보증금으로 넣어 월세를 줄여드릴 것인가, 말하자면 어머니 밤 기도의 목록 하나를 덜어드릴 것인가 그렇게 할 것인가 이 목돈을, 깨서 애인과 거나히 술을 우선 먹을 것인가 잠자리를 가질 것인가 돈은 주머니 속에서 바싹바싹 말라간다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가고 돈봉투 끝이 나달거리고 호기롭게 취한 날도 집으로 돌아오며 뒷주머니의 단추를 확인하고 다음날 아침에도 잘 있나, 그럴 성싶지 않은 성기처럼 더듬어 만져보고 잊어버릴까 어디 책갈피 같은 데에 넣어두지도 않고, 대통령 경선이며 씨가 말라가는 팔레스타인 민족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바라보면서도 주머니에 손을 넣어 꼭 쥐고 있는 내 정신의 어여쁜 빤쓰 같은 이 300만원을,..

시읽는기쁨 2012.06.02

온 삶을 먹다

웬델 베리(Wendell Berry, 1934~ )는 미국의 시인이며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로 생의 대부분을 고향에서 살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다. 는 농업과 먹을거리에 관한 그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 시대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인류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그런 실험적 삶을 살고 있다. 웬델 베리가 보는 위기의 시작은 인간이 땅을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았을 때부터였다. 농민이 사라지고 농기업가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삶은 근원적으로 뒤틀린 것이다. 그는 1950년대에 트랙터를 몰며 앞에서 일하는 노새의 느린 걸음을 보고 속을 태웠던 때를 안타깝게 기억한다. 기계와 생명의 경쟁에서 승자는 분명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일손을 줄이는 기계와 무한..

읽고본느낌 201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