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 40

미천리 느티나무

청원군 문의면 미천리는 대청호 옆에 있다. 문의면사무소에서 약간 들어가 있는데 관광객으로 소란한 분위기가 일변한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있는 전형적인 당산나무다. 나무 밑에는 주민들이 쉬기 위한 작은 정자도 있다. 한여름에 이 정자에 누워 매미 소리를 벗삼아 낮잠이라도 청하면 제격일 것 같다. 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사이좋게 올라와서 균형 잡힌 모양을 이루었다. 수령은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천년의나무 2012.10.30

결혼하는 아들에게 주는 당부

근래에 가까운 지인 두 분의 아들 혼사가 있었다. 두 경우 모두 주례 없이 부모가 직접 아들 부부에게 주는 축하와 당부의 말로 대신했다. 형식적인 주례사보다는 훨씬 나았다. 정형화된 결혼식 문화가 탈피되는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두 가정에서는 배울 바가 많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에 소통이 잘 되는 점이 그렇다. 지금도 마치 친구처럼 다정하다. 내 경우는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는 거의 진지한 대화를 해 보지 못했다. 그때는 아이들을 탓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내 탓이 더 컸다.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다. 지금도 아이들은 나를 무척 어려워한다. 문제 학생 뒤에 문제 가정이 있다고 한다. 반대로 바른 젊은이 뒤에는 건강한 가정이 있다. 그 사례를 이 두 집에서 본다. 특히 한 분은 남편을 일찍 여의고도..

길위의단상 2012.10.30

가을 강변을 걷다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산과 들이 오색 단풍으로 덮이고,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이러한 때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책을 본다는 건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 햇살의 유혹을 이길 자 누구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 직장에 매여 꼼짝하지 못하지만, 이럴 때는 나 같은 불한당으로서의 행복을 맛본다. 다산길 1코스(한강나루길)를 걸었다. 1코스는 한강 삼패지구에서 운길산역까지 한강을 따라 걷는 16.7km의 길이지만, 오늘은 팔당역에서부터 운길산역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팔당역에 승용차를 주차시켰다. 옛 중앙선 철길을 걷어내고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만들었다. 새로 포장을 했는지 아스팔트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강가로 나서니 바람이 쌀쌀했지만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비치니 곧 따스해졌다..

사진속일상 2012.10.29

나룻물 강생원의 배삯 / 곽재구

나룻물 강생원 젊어서 제월리 나루터의 뱃사공이었지요 남원 장 보러 옥과 입면 사람들 강생원 배를 타고 섬진강을 건넜는데요 배가 남원 땅에 다 닿으면 장꾼들에게 꼭 이렇게 말하지요 어 참 봄볕도 좋다 돌아올 때 꽃 한 짐 꺾어 오시오 이를테면 그 말이 곧 뱃삯이었는데 장 보고 오는 동네 사람들 돌아오는 길에 진달래꽃 꺾고 살구꽃도 꺾고 수선화꽃이랑 조팝꽃도 실컷 꺾어서는 한아름씩 강생원에게 주었겠지요 한 배 가득 장 보따리와 꽃다발을 싣고 다시 강을 건너며 나룻물 강생원 꼭 이렇게 말하지요 어 참 꽃 좋다 어 참 세상 이쁘다 - 나룻물 강생원의 배삯 / 곽재구 사람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삶이 축제가 될 수는 없을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바라기 때문에 삶의 핵심을 도리어 놓치는지도 모른다. 나룻..

시읽는기쁨 2012.10.28

구룡사 은행나무

절집의 나무들은 대체로 순하고 단아하다. 원주 치악산에 있는 구룡사 은행나무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단정한 매무새가 참하다. 이 나무 때문에라도 절에 들 때면 옷깃을 여미게 된다. 나무는 가지가 많이 퍼져서 사방 어디에서 보더라도 부채꼴 모양이다. 마치 공작이 활짝 날개를 편 것 같다. 안내문에는 키가 19m, 나이는 200살로 나와 있다. 여느 보호수에 비해 나이는 적지만 절 입구에서 가장 먼저 중생을 맞아주는, 부처의 마음을 닮은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10.28

몰운대 고사목

정선에 있는 몰운대(沒雲臺)는 화암팔경 중 하나다. 하늘 나라 신선이 구름 타고 놀러왔다는 곳이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하지만, 곧게 정비된 하천과 비닐하우스가 분위기를 반감시킨다. 옛날 시인묵객들이 찾아 감탄했던 풍경은 머릿속에서나 그려볼 뿐이다. 몰운대 바위 끝에 고사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죽은지 상당히 오래된 소나무 고사목이다. 살아 있을 때도 멋있었겠지만 죽어 형해만 남은 모습은 또 다른 멋이 있다. 죽은 나무는 자신이 자라고 지탱했던 밑의 바위와 색깔이 같아졌다. 나무는 죽은 뒤가 오히려 더 당당하다. 고사목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전해주는 듯 하다. 황동규 시인은 '몰운대행'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1 사람 피해 사람 속에서 혼자 서울에 남아 호프에..

천년의나무 2012.10.27

단풍 여행 - 소금강과 치악산

여행 셋째 날,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잠만 잘 자도 여행의 피로가 가시고 몸이 가벼워진다. 젊었을 때는 아무 데서나 뒹굴며 잘 잤는데 나이가 드니 잠자리가 자꾸 까다로워진다. 베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선과 원주를 지나도록 잡았는데, 도중에 정선 소금강과 원주 치악산을 들리기로 했다.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소금강 구간은 드라이브길로도 최고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동대천이 흐른다. 강원도에서는 이런 절벽을 '뼝대'라고 부른다. 치악산에 이른 건 해가 지는 저녁 때였다. 바삐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구룡소까지 올라갔다. 낮이었다면 더욱 화려하게 반짝이는 단풍이었을 것이다. 무엇이 바빴는지 치악산 단풍 하나 제대로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치악산 언저리..

사진속일상 2012.10.27

단풍 여행 - 동강 어라연

다음 날은 동강을 찾아갔다. 첫째가 마련해준 숙소가 마침 동강 어라연 가까이에 있었다. 원래 계획은 아내의 상태를 고려해 강변을 따라 걷기 편한 길로 어라연까지 갔다오는 것이었다. 거운리 어라연탐방안내센터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10여 분 올라가니 잣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누어지는 지점이 나왔다. 다시 걷기 열병이 발동했고 잣봉으로 올라 라운딩하는데 아내도 동의했다. 등산은 생각지도 않았으므로 운동화 차림의 아내는 나무 작대기를 찾아 짚었다. 잣봉(537m)으로 가는 길. 힘들게 올라서니 편안한 능선길이 나오고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능선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동강과 어라연. 청옥빛 물 색깔이 보석 같이 아름다웠다. 잣봉에서부터 동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

사진속일상 2012.10.26

단풍 여행 - 대청호와 청남대

세상사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울릉도에 갈 준비를 마치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의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별로 차도가 없었다. 부득이 울릉도 여행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성인봉을 오를 수 없는데 울릉도에 갈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울릉도에 인연이 닿지 않는가 보다. 마침 지인의 장례식이 있어 청주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울릉도 대신 내륙 지방 단풍 여행을 하기로 했다. 23일 아침에 장례 미사에 참례한 후 인근에 있는 대청호와 청남대에 들렀다. 이래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 가게 되었다. 맑은 날이었지만 기온이 뚝 떨어져 싸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청호에는 아직 오색 단풍은 오지 않았다. 청남대 산책로를 걷고, 맞은편 호반길을 드라이브했..

사진속일상 2012.10.26

가을물 드는 뒷산

뒷산도 가을물이 들고 있다. 유명한 산처럼 가을이 화려하게 찾아오진 않지만 수수해서 오히려 좋다. 명절날 때때옷을 마련하진 못했어도 입던 옷 곱게 빨아서 차려 입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항상 곁에 있는 푸근함이 뒷산의 매력이다. 단풍 구경 하느라 사람들은 멀리멀리 떠나가도 뒷산은 그 자리에서 묵묵하다. 집 뒤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사진속일상 2012.10.22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고

자식을 다 출가시키고 둘만 남은 지도 1년이 돼간다. 전보다 삶이 단출하게 변했다. 각자 가정을 꾸려서 제 몫을 하며 살아가니 자식에 대한 염려는 많이 줄어들었다. 집이 썰렁하게 느껴지던 단계도 지나고 이젠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즐기며 산다. 두 노인만 있으니 어떤 날은 종일 절간에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주말에 가끔 찾아온다. 와서 자고 갈 때도 있다. 두 식구에서 네 식구로 불어나면 집안이 소란해진다. 처음에는 활기가 있고 좋지만, 나중에는 부산스러워서 피곤하다. 속마음으로는 인제 그만 돌아갔으면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가라고 할 수는 없다. 알아차릴 듯 말 듯하게 눈치만 줄 뿐이다.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도 남녀의 차이가 큰 것 같다. 우리 부부의 경우를 보면 특히 그렇다. 아내는 오매불..

길위의단상 2012.10.21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라오스나 네팔에 가서 한 달 정도 빈둥거리다 올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을까 봐 제일 걱정이다. 경험 있는 사람은 두려워 말고 그냥 떠나라고 한다. 몸짓 발짓으로도 다 통할 수 있다고......

시읽는기쁨 2012.10.20

저녁이 있는 삶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한 후보의 구호가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구호로만 치면 단연 대통령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저녁이 있는 삶'만큼 우리의 고달픈 현실을 위무해 줄 말이 있을까 싶다. 회사에 다니는 자식을 보면 이게 사람이 사는 삶인가 싶어진다. 거의 매일 야근에 밤 10시가 넘어야 퇴근이다. 부부가 맞벌이하는데 둘 다 사정이 비슷하다. 즐거운 일이라도 밤낮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짜증이 안 생길 리 없다. 얘기를 들어보면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평일에 가정생활이 불가능한 건 물론 어떤 때는 주말도 없다. 도대체 뭘 위해서 일을 시키고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한은 총재가 '야근도 축복'이라는 말을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변명은 했..

참살이의꿈 2012.10.19

승자독식사회

전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후련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20:80의 세계를 넘어 1:99의 세계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부와 소득의 독점은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현상이다. 자본주의가 가야 할 운명적 길인지도 모른다. 로버트 프랭크과 필립 쿡이 쓴 (The Winner-Take-All Society)는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을 차지하는 현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강화되고 있는지를 여러 사례를 들며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죽음의 제로섬 게임을 멈출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한다. 승자독식은 원래 스포츠나 연예계에서 통용되었으나 이제는 시장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예술, 언어,..

읽고본느낌 2012.10.17

무현금 / 박이정

깜깜한 새벽 매미가 화살처럼 쏴 올린 높은 울음 한 줄 통유리창 밖 새벽하늘화선지 한 장을 펼친다 메기고 받고 받고 메기고 끊어졌다 이어지는 맴 매앵~ 맹~ 딩 디잉~ 빗장 풀린 자하문 틈새로 매미의 장삼자락날개가 들썩거린다 성 문 밖 조석고갯길이 파르스름 튀어오른다 인왕산치마바위 꼭대기 하현달 시위가 부르르 떤다 팽팽한 활대를 바짝 당겼다 놓는다 한 평 마당의 고추나무 붉은 별이 세마치장단을 친다 수묵담채빛깔 소리들이 새벽하늘화선지에 변곡선을 긋는다 무현금 가락에 취한 내 숨소리가 오금을 펴고 가느다랗게 일어난다 사박사박새벽새벽 소리 위를 걷는 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황 대 태 협 고 중 유 임 의 남 무 응* 어둠에서 풀려난 하루가 빛살을 켜고 있다 * 한국의 12음계 - 무현금 / 박이정 "당신..

시읽는기쁨 2012.10.16

도드람산 나들이

아름다운 가을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누구 말대로 날씨를 저축할 수 있다면 요사이 가을 하늘은 날씨 은행에라도 저금해 두고 싶다. 그래서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도드람산을 찾았다. 도드람산은 이천에 있는 높이 349m의 아담한 산이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 가까이 있다. 작은 산이지만 능선을 따라 배열된 암봉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등산로 입구에 멧돼지 상이 있다. 도드람산이 한자로는 저명산(猪鳴山)이다. '돋(돼지)울음산'으로 불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도드람산'으로 변한 것이다. 돼지에 얽힌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이 산 근처에 있는 마을에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 효자는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간호했으나 어머니의 병환은 점점 위독해 갔..

사진속일상 2012.10.15

도립리 반룡송(2)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명품 소나무다. 느낌으로는 그때보다 더 납작해진 것 같다. 2m 정도 되는 줄기에서 가지가 수평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가지 모양이 기기묘묘하다. 반룡송(蟠龍松)이라 할 때 '蟠'은 '서릴 반' 자다. '서린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뱀 따위가 몸을 똬리처럼 동그랗게 감다'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니까 용이 몸을 감으며 승천하는 모양새의 나무라는 뜻이다. 줄기의 여러 군데서 그런 용트림을 찾아볼 수 있다. 반룡송은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너른 들판에 있다. 옛날에는 주변에 마을 숲이 있었고, 농가도 몇 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밭으로 변했고 휑 하니 허전하다. 숲의 일부라도 복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천년의나무 2012.10.15

산부추

말 그대로 산에서 자라는 부추다. 줄기는 부추보다 통통하며 향기가 진하다. 식용과 약재로도 쓰이지만 산부추는 관상용으로써 더 가치가 있다. 꽃이 드문 가을산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작은 꽃들이 모여 공 모양을 하고 있는데 꽃잎 밖으로 나온 수술이 예쁘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외계와 통신을 하는 안테나를 닮아 보인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산부추로 피어난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2.10.14

육괴정 느티나무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육괴정(六槐亭)은 남당(南塘) 엄용순(嚴用順)이 세운 정자다. 조선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로 조광조를 중심으로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신진사류들이 크게 몰락하자 남당도 난을 피해 이곳으로 낙향했다. 이곳에는 엄용순, 김안국을 비롯한 여섯 선비가 모여 시회와 학문을 논하였다. 그들이 우의를 기르는 뜻으로 각각 한 그루씩 모두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데서 육괴정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지금은 세 그루가 남아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5m, 줄기 둘레가 4.3m에 이른다. 수령은 500년으로 몸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년의나무 2012.10.14

영원사 은행나무

이천에 있는 원적산 남쪽 자락에 영원사(靈源寺)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7년(638)에 해호(海浩) 선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절 앞에 고운 자태의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비구니 사찰에 어울리게 단아한 여성적 외모다. 나무 역시 은행알이 열린 암나무다.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800년이라고 나와 있는데 첫인상은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키는 25m, 줄기 둘레는 4.5m다.

천년의나무 2012.10.13

위로

어른을 위한 가슴 따스한 동화다. 이철환 님이 글을 쓰고 그림도 직접 그렸다. 파란나비 피터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붉은꽃을 따먹은 후 원했던 반쪽붉은나비가 된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친구들은 떠나가고 피터는 혼자가 된다. 외톨이가 된 피터는 숲의 이웃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인생의 지혜를 얻는다.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아파본 사람만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에는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주옥같은 글이 많다.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라도 꺼내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싶은 것들이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나무의 말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읽고본느낌 2012.10.13

원적산 천덕봉에 오르다

백수가 되어 좋은 점은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일어나서 본 아침 하늘이 좋아 배낭을 꺼내어 길을 나선다. 이천에 있는 원적산(員寂山, 564m)을 찾아간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황금 들판은 그저 바라만 봐도 넉넉하다. 영원사에 주차를 하고 산에 든다. 행복한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이처럼 조용한 산길을 걸을 때라고 대답하겠다. 특히 가을산은 홀로 산행이 어울린다. 동행이 없어도 외롭지 않은 계절이 가을이다. 출발해서 20여 분 정도 일정한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면 안부에 이른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시원한 산바람에 식힌다. 이 뒤부터는 원적산과 천덕봉이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원적산 정상 표석. 가운데 멀리 추읍산이 보인다. 원적산 정상에서는 이천 너른 들판이 한눈에 내..

사진속일상 2012.10.11

장자[220]

장자는 반어로 선입견을 혼란케 하고 중언으로 고쳐 다시 참되게 하고 우언으로 뜻을 넓힌다. 홀로 천지와 더불어 정신을 왕래하여 함부로 만물을 분계하지 않고 시비를 따지지 않으며 속세와 더불어 거처한다. 그의 글은 비록 괴이하고 독특하지만 사물을 따르므로 생명을 해침이 없다. 비록 들쭉날쭉 허실이 있지만 그 기이한 해학이 볼만하다. 달리 가슴속에 꽉 찬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로는 조물주와 노닐고 아래로는 삶과 죽음을 뛰어넘고 시작과 끝이 없는 초월자를 벗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뿌리로 하는 것은 광대한 열림이요 깊고 텅 빈 마음의 자유로움이다. 그것이 종주로 삼은 것은 조화로 나아가 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그가 조화에 조응하여 사물을 해명함은 그 조리가 미진하고 그 유래..

삶의나침반 2012.10.11

추포가(秋浦歌) / 이백(李白)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 秋浦歌 / 李白 길고 길어 삼천장 흰 머리칼은 근심으로 올올이 길어졌구나 알 수 없네 거울 속 저 늙은이는 어디에서 가을 서리 얻어 왔는가 정치적 회오리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고 귀양을 가게 된 이백(李白)은 다행히 사면을 받고 추포(秋浦)에서 지낸다. 이때 그의 나이 59세였다고 한다. 병 들고 늙은 몸으로 낯선 땅에서 지내게 된 시인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백발삼천장'으로 유명한 이 시도 그 시기에 씌여졌다. 먼저 길 떠나는 친구를 보면서 인생 덧없음을 절절히 느끼는 계절이다. 살아보니 인생 별 것 아닌 것을.... 이백 선생! 백발이 삼천장이 되든 삼만장이 되든 무슨 대수겠소. 내일이면 한 줌 먼지로 사라지는 것을.... (사족 하나, '백발삼천장'은 ..

시읽는기쁨 2012.10.10

선괴불주머니

봄에 피면 산괴불주머니, 가을에 피면 선괴불주머니 - 이렇게만 구별할 줄 알아도 무난하다. 선괴불주머니는 괴불주머니나 현호색 종류 중 드물게 가을에 핀다. 꽃은 산괴불주머니에 비해 작고 가녀리다. 선괴불주머니는 산속에서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산 어귀에서 자주 만난다. 연노란색이 귀여운데 줄기에 달린 열매도 앙증맞다. 가을 산행에서 한층 기분을 밝게 해주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2.10.09

주권국가 맞아?

미국과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존의 300km에서 이제는 800km까지 나가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거리가 어떻게 되는 것보다도 미사일을 만드는데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 희한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웃 나라를 보면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은 1만km가 넘게 날아가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 대포동 미사일도 8천km나 되는 사거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아직 백km대에서 놀고 있다. 로켓 연료로 무엇을 쓰느냐도 미국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신세다. 국가 간의 복잡한 이면 사정을 알지는 못한다.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제한을 두는 국제간의 협약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율의 문제다. 능력이 있지만 스스로 개발하지 않는다고 선..

길위의단상 2012.10.09

우리는 무엇으로 깊이를 얻을 것인가

얼마전 KBS TV '아침마당'에 소설가 이철환 님이 출연하여 '우리는 무엇으로 깊이를 얻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님의 모습이나 말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뒤의 맑고 깊은 향기가 느껴졌다. 연약한 나무 뿌리가 어두운 땅속으로 깊고 넓게 뻗어갈 때 땅 위의 나무는 키가 크고 무성해진다. 무성한 잎사귀와 열매를 위해서는 어둠과 아픔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님은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깊이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감명을 받았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첫째, 때로는 나의 기준을 버린다. 용기 있는 사람이란 자기 견해를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과 기준에 매여 있는 사람은 마치 끈으로 묶여 있는 강아지와 같다. 좁은 말뚝 주위가 강아지의 세계다. 고정관념이란..

참살이의꿈 201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