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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한 갑자가 돌아가도록 살아보니 세상일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겠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는 젊은 시절의 호기였을 뿐이었다. 긍정보다는 체념의 철학이 세상살이에는 더 어울린다. 단추 하나 채우거나 옷 한 벌 입기도 힘든데 인생살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도 잘못 채운 단..

시읽는기쁨 2014.04.04

논어[77]

원사가 사무장이 되어 받는 봉급이 900이라 사양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럴 것 없지. 네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되지 않나!" 原思爲之宰 與之粟九百 辭 子曰 母 以與爾隣里鄕黨乎 - 雍也 3 원사(原思)는 공자 제자인 원헌(原憲)으로 자가 자사(子思)다. 안회와 더불어 청빈을 실천한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원사가 관직을 얻고 봉급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사양했다. 공자는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말한다. 정당한 보수는 받은 뒤에 네 이웃을 위해 쓰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봉급을 받지 않으려는 마음씨는 갸륵하다. 그러나 임의로 나라의 정해진 규정을 따르지 않는 건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다. 공자를 보수주의자로 본다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공자는 아무리 좋은 선행이라도 드러나..

삶의나침반 201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