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을 내고 나면 시집 발송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속표지에 아무개 님 청람淸覽, 혜존惠存, 소납笑納 반듯하게 쓰고 서명을 한다 주소와 우편번호 일일이 찾아 쓰고 튼튼하게 테이프로 봉해서 길 건나 우체국까지 내 영혼을 안고 간다 시집 한 권 정가 8000원 우표값 840원, * 200권, 300권..... 외로운 내 영혼을 떠나보낸다 십 몇 년 전 을 냈을 때 - 벙어리장갑 받았어요 시집 잘 받았다는 메시지가 꽤 왔다 어? 내가 언제 벙어리장갑도 사줬나? 털실로 짠 벙어리장갑 끼고 옥수수수염빛 입김 호호 불면서 내게로 막 뛰어오는 아가씨와 첫사랑에 빠진 듯 환하게 웃었다 몇 년 전 을 냈을 때 - 손님 받았어요 시집 받은 이들이 더러더러 메시지를 보냈다 그럴 때면 내 머릿속에 야릇한 서사적 무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