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씌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 빵집 / 이면우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시내 초입에 타이어 가게가 있다. 버스가 신호등에 걸려 멈추는 곳인데, 가게에 적힌 문구 하나가 늘 눈길을 끈다. "아기 우유값만 남기고 드립니다." 처음에는 가슴이 짠해서 쳐다볼 수 없었다. 자주 보니 조금은 덤덤해졌으나 밥벌이의 엄숙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