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안도현 시인이 우리 동네에 찾아왔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시인을 초청해서 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40명 정도가 모인 조촐한 모임이었는데, 이름난 시인이 동네 단위의 행사에까지 참석해 준 게 무척 고마웠다. 시와 글로 접해서 느낀 대로 조용하며 차분한 성격의 안 시인은 자신이 시인이 된 출발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원래는 화가가 될 생각이었는데 국어 선생님에게 혼이 난 후 좋은 시를 써서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문예반에 들어간 게 시인이 되는 계기였다고 해서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시를 쓰는 데 제일 경계할 일이 진부한 표현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을 한 사람에게 시집 한 권씩을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