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에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갔다가 가볍게 수암봉에 올랐다. 낮 기온이 8도까지 올라가서 봄기운이 잔뜩 느껴진 날이었다. 자글거리는 햇볕을 받으며 산길을 걷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길었던 칩거의 시절은 가고 활동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올해는 육체를 좀 많이 움직이자고 다짐한다. 수암봉(秀巖峰, 395m)은 수리산의 연봉 중에서도 높이가 낮은 아담한 봉우리다. 능선 종주 코스에서도 한쪽에 치우쳐 있어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다. 수암봉에서 창박골로 내려가는 길은 그래서 한적하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가끔 산길을 같이 걷는 부부를 본다. 다정한 대화 소리라도 들리면 부러워서 한 번 뒤돌아보게 된다. 전에는 같이 다녔지만 지금은 아내 무릎이 아파 산에 오질 못한다. 수 년 전 이 길을 함께 걸었던 기억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