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되면 계절앓이를 한다. 일종의 통과의례다. 증상은 심신이 축 가라앉고 의욕이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세상이 생기를 잃는다.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다. 드디어 손님이 찾아오셨구나, 한다. 봄과 가을이 시작될 때가 심하다. 꽃이 피었건만 봐도 심드렁하다. 꽃을 보러 가자는 친구의 초청도 사절했다. 옆에서 아내는 걱정이 많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다. 연례행사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손님은 건드리지 말고 그냥 가만히 지켜보면 된다. 제가 지겨워지면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조바심치면 도리어 죽치고 버티는 성질이 있다. 모른 척하는 게 최고다. 이럴 때 생각이 나는 게 단 음식이다. 집 앞 슈퍼에서 좋아하는 흑사탕을 몇 봉지 사 왔다. 우울할 때는 달콤한 게 제일이다. 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