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전에는 여름 남한산성에서 꽃밭을 이룬 너와 무수히 눈맞춤했었지. 널 만나는 건 너무 흔한 일이었어. 그냥 흘깃 지나칠 뿐이었지. '눈 속에 핀 매화' 고개에서 네가 속삭이며 말을 걸어왔어. "여기 내가 있어요." 돌아보니 아침 이슬로 세수를 한 네가 환히 웃고 있었어. 촌에 시집온 새색시의 자태가 그랬을 거야. 고마워, 그리고 잊고 있어서 미안해. 앞으로는 흔하다고 무시하지 않을 께. 그리고 내가 먼저 널 불러줄 께. 안녕,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