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 31

설매재 물봉선

오랜만이야. 전에는 여름 남한산성에서 꽃밭을 이룬 너와 무수히 눈맞춤했었지. 널 만나는 건 너무 흔한 일이었어. 그냥 흘깃 지나칠 뿐이었지. '눈 속에 핀 매화' 고개에서 네가 속삭이며 말을 걸어왔어. "여기 내가 있어요." 돌아보니 아침 이슬로 세수를 한 네가 환히 웃고 있었어. 촌에 시집온 새색시의 자태가 그랬을 거야. 고마워, 그리고 잊고 있어서 미안해. 앞으로는 흔하다고 무시하지 않을 께. 그리고 내가 먼저 널 불러줄 께. 안녕, 또 만나!

꽃들의향기 2015.08.30

중국, 당시의 나라

이 책은 고대 중문과 교수인 김준연 선생이 당시(唐詩)의 흔적을 답사한 중국 기행기다. 선생은 옛날 당나라 지도를 들고 13개 성에 산재한 유적을 찾아다니며 당시 200여 수의 내력을 훑었다. 책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서쪽 돈황에서 동쪽 태산, 남쪽 계림에서 북쪽 승덕까지 발로 누빈 기록이 마치 내가 현지에 있는 듯 생생하다. 중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는 당시를 만나면 더욱 반갑다. 그중의 하나가 장계(張繼)가 지은 '풍교에서 밤에 정박하다(楓橋夜泊)'이다.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 달 지고 까마귀 울고 서리가 하늘에 가득 강가 단풍 고깃배 등불과 마주하여 근심 속에 잠들 때 고소성 밖 한산사 한밤중의 종소리가 나그네의 배에 들려온다 이 시가 유명..

읽고본느낌 2015.08.30

삼관

노년 행복의 조건이 '삼관'이라고 한다. 삼관은 관절, 관계, 관심거리다. 즉, 튼튼한 관절, 원활한 대인관계, 즐거운 관심거리가 있어야 노년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관절이 튼튼하다는 건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는 걸 뜻하니 넓게 말하면 건강하다는 뜻이다. 관절에 이상이 없어도 병석에 누워 있다면 아무 소용 없다. 어느 경우든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즐거움의 반은 포기한 셈이다. 나는 특히 걷기와 산을 좋아하니 행복의 조건으로 관절을 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가고 싶은 산을 다리 때문에 못 간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불행해질 것 같다. 그래서 미래를 위하여 산길을 걸을 때는 조심한다. 특히 내려갈 때는 발을 세게 디디지 않도록 한다. 스틱이 없더라도 주의만 한다면 크게 문제..

참살이의꿈 2015.08.29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것이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시를 처음 읽는 순간 뭔가 번쩍 하고 뇌리를 친다. 그러면서 느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저 얼떨떨하다. 좋은 시는 대부분 그렇다. 이 시가 그랬다.

시읽는기쁨 2015.08.29

설매재 바둑

바둑에 미친 사람들이다. 다섯 명이 휴양림에 집 하나를 얻어서 주야장창 바둑만 두고 왔다. 잠자고 밥 해 먹는 시간만 빼고는 2박 3일 동안 내리 바둑만 두었다. 원래는 가까운 유명산에 등산할 생각이 있었지만 바둑에 취하다 보니 나설 마음이 안 생겼다. 좋아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이다. 회원 중 한 명이 곧 미국으로 이주한다. 자식이 전부 미국에 살고 있어 그곳으로 합류하는 것이다. 일흔 가까이 되어 이국 생활을 시작하는 심정이 착잡하기도 할 것이다. 이번 모임은 송별회 겸해서 만들어졌다. 4라운드까지 돌 계획이었으나 시간에 쫓겨 완결하지는 못했다. 마치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안경을 안 가지고 가서 침침한 눈으로 바둑판을 들여다보느라 더 피곤했다. 방 하나에서 생활해야 하는 낡은 숙소도 ..

사진속일상 2015.08.29

마우스콘신

쥐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 그들도 4년마다 투표를 하는데 묘하게도 늘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다. 그러니 쥐의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마우스콘신의 법률은 고양이를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쥐구멍 크기를 제한하거나 쥐의 속도를 규제하는 것 등이다. 쥐들은 다음 선거에서는 흰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를 선출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고양이 언론에서는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게 당연하다고 선전한다. 마침내 한 쥐가 외쳤다. "이제 고양이를 뽑는 일은 그만두고, 우리의 대표로 쥐를 뽑자!" 쥐들을 박수를 치고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우스콘신'이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다. 우리 현실의 비유이기 때문에 무척 착잡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늘 이 모양 이 꼴인 게 ..

길위의단상 2015.08.25

논어[155]

안연이 감탄하여 말했다. "우러러 뵐젠 더욱 더 높고, 뚫어보자면 더욱 더 굳고, 바라보면 앞에 있다가 어느덧 뒤에 계신다. 선생님은 차근차근 사람을 잘도 깨우쳐 주신다. 글공부로 내 눈을 넓혀 주시고, 예법으로 자신을 단속하게 하시니, 그만두자 해도 그만둘 수 없으나, 내 재주는 바닥을 본 듯하다. 서 계신 듯하나 우뚝하여 따르고 싶으나 어쩔 수가 없구나." 顔淵 위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夫子 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 卓爾 雖欲從之 末由也已 - 子罕 9 스승에 대한 경탄으로 가득하다. 공자의 모범생 안회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의례적인 언사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저만치 우뚝 서 있는 스승에 대한 존경이 읽힌다. 박문약례(博..

삶의나침반 2015.08.25

문장대에 오르다

법주사에는 몇 차례 갔으나 속리산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 마침 처가쪽 가족 모임이 법주사 인근에서 있어서 등산 장비를 챙겨 갔다. 다른 팀보다 일찍 가서 홀로 속리산에 올랐다. 속리산 최고봉은 천왕봉(1,058m)이지만 시간 관계상 문장대(1,054m)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문장대에 오른 뒤 신선대를 거쳐 하산했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천왕봉까지 걷는 능선길이 멋졌을 것이다. 법주사에서 세심정으로 가는 길은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다. 이런 길을 30분 넘게 걸어야 세심정에 닿는다. 세속의 때를 벗는 길인 듯하다. 지도에 나온 세심정(洗心亭)이라는 명칭을 보고 기대가 컸다. 계곡에 있는 단아한 정자를 연상했다. 그런데 정자는 없고 음식을 파는 휴게소다. 안내문을 보니 이곳에는 옛날부터 속리산을 찾..

사진속일상 2015.08.24

서울둘레길 걷기(10)

10차 서울둘레길 걷기는 5-1코스를 걷다. 5코스는 관악산을 지나는 12.7km이다. 혼자라면 한 번에 걸을 길이다. 그중에서 5-1은 사당역에서 출발하여 서울대입구까지 5.8km다. 주택가를 지나 관음사 앞을 지나면 길은 숲으로 들어간다. 산길이지만 계단이 자주 나오고 오르내림이 심해서 수월하지는 않다. 구름이 많던 하늘이 낙성대에 가까워지면서 빗방울을 뿌린다. 다행히 낙성대에 도착해서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있게 되다. 핑계거리를 찾던 차에 다수의 의견이 포기 쪽으로 모아져서 낙성대에서 발걸음을 멈추다. 일행은 걷는 것보다 다른 데 관심이 더 크다. 내 눈길은 자꾸 앞쪽으로 향하다. 이번에는 고작 4km에도 못 미치게 걷다. 그래도 두 시간 가까이 걸리다. 뒷 시간은 당구공과 노느라고 밤 10시에 ..

사진속일상 2015.08.21

다시, 나무를 보다

나무 관계 일을 하시는 분에게서 몇 달 전에 추천받은 책이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서점을 찾았다가 구입하게 되었다. 그분이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럴 만한 책이란 걸 몇 장 넘기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는 나무를 통한 삶의 지혜와 통찰이 반짝이는 책이다. 저자인 신준환 선생은 국립수목원장을 지낸 분이다. 전문가시니 나무에 대한 박식함이야 논외로 쳐도 나무만이 아니라 생명과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깊이가 대단하시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바탕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다. 단순히 나무에 관한 책이 아니라 깨달음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는데 지은이 생각의 중심은 1부인 '나무의 인생학'이다. 그중 한 부분은 이렇다. 큰 나무일수록 많이 흔들린다. 그리고 나무..

읽고본느낌 2015.08.19

서울대공원 고사목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하다. 위엄을 잃지 않는다. 사람의 사체는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기지만, 나무는 향기를 낸다. 죽은 몸통은 온갖 곤충과 미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나무는 위대한 존재다. 서울대공원이 있는 자리는 옛날에는 과천면 막계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500살이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수가 끝나면 이 나무 앞에 떡을 해놓고 제사를 지내며 복을 빌었다. 그런데 1984년에 서울대공원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떠나고 나무만 남게 되었다. 그마저 2010년 여름에 태풍 곤파스로 쓰러져 결국은 죽고 말았다. 지금은 그 형해만 남아 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은 무엇인가. 나무는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영혼은 우주를 감싸며 ..

천년의나무 2015.08.18

손주와 나들이

손주가 찾아와서 나흘째 머물고 있다. 한 번은 서울대공원으로, 또 한 번은 에버랜드로 나들이를 나갔다. 자기 의사 표시가 분명한 아이인데, 아직은 낯선 광경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나이다. 내년쯤이나 되어야 동물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두 군데 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 에버랜드는 방학이 끝난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밤이 될수록 더했다. 소음과 번쩍이는 조명에 나 역시 쉽게 적응이 안 되었다. 손주와 함께 나들이하는 건 기사에, 포터에, 지킴이가 되는 것. 그래도 즐거운 노동이라는 것.

사진속일상 2015.08.18

큰제비고깔

상당한 키다리 꽃이다. 키 큰 사람은 싱겁다 했지만 꽃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여름이 되면 큰제비고깔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돌아보니 10년이 넘게 이 꽃을 보지 못했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던 초창기에 남한산성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 기억을 더듬어 남한산성을 찾았다. 예전 그 자리에서 큰제비고깔은 옛 모습 그대로 피어 있었다. 어쩌면 개체수도 그때와 비슷했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묘한 감회에 젖었다. 큰 키에 허리를 굽히고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한 큰제비고깔, 그래선지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되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5.08.17

박주가리

꽃 모양이 특이해서 눈에 쉽게 띈다. 솜털이 소복하게 덮여 있는 게 솜다리와 비슷하다. 줄기가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식물이다. 열매가 박 모양으로 생겨서 박주가리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박주가리는 대표적인 풍매화다. 씨앗에 하얀 솜털이 붙어 있어 마치 날개를 펼친 듯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먼 여행을 떠나는 박주가리 씨앗은 가을을 상징하는 풍경 중 하나다.

꽃들의향기 2015.08.16

논어[154]

선생님 말씀하시다. "봉황새도 안 나오고, 강에서는 용마의 그림자도 안 비치니 나도 인제 그만인가 보다." 子曰 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 - 子罕 8 공자 말년의 말씀이다. 정치를 통한 올바른 세상의 도래를 꿈꾸었던 공자는 결국 현실에 무릎을 꿇고 만다. 고난의 주유천하를 마치고 고국에 돌아왔지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상을 받아들여 주는 군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다려도 성군의 시대는 기약이 없다. 공자의 말에는 석양의 쓸쓸함이 배어 있다. 이는 꿈을 가진 모든 인간의 비애이기도 하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냉혹하다. 그러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꿈을 꾼 자체가 소중하다. 그리고 공자는 그 길을 전력을 다해 걸었다. 여기에 인간의 위대성이 있다.

삶의나침반 2015.08.15

[펌] 청년 전쟁

이오덕 선생의 옛글 여느 구석엔 권정생 선생과 조우한 순간이 적혀 있다. ‘너무나도 훌륭한 젊은 동화작가를 발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권정생은 이오덕보다 몇 해를 더 살았다. 하지만 평생 온몸에 퍼진 결핵과 합병증으로 고생했다. 하루 30분도 앉아 일하기 어려운 날이 많았지만, 한결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누구보다 맑고 강렬하게 사유했다.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언젠가 그의 안동집에서 한담을 나누던 그가 불쑥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아까 뱀이 방에 들어왔어요.” “마당의 잡초를 그냥 두시니까 뱀이란 놈이 방 안과 밖을 구분 못한 모양이군요. 그런데 독사면 어쩌시려고요.” “독사는 방에 안 들어와요.” “그런가요.” 다녀와 그쪽 전문가에게 물었더..

참살이의꿈 2015.08.14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어느 분야나 고수의 경지에 오르면 비범한 무엇이 있다. 한 길을 깊이 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다. 외길을 걸어가는 벽(癖)이 있는 자만의 특성이다. 바둑의 고수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조훈현 씨가 이라는 책을 냈다. 고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인생을 사는지 궁금했다. 결국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사 조훈현에게 제일 쓰라린 경험은 자신이 직접 기른 제자 이창호에게 정상을 빼앗기고 무관으로 전락한 때였을 것이다. 책에서도 고백하듯이 이창호가 그렇게 빨리 성장하리라고는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갑자기 닥친 바닥에서 조훈현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담담해졌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 바둑판이 싸움판이 아니라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상에 오..

읽고본느낌 2015.08.14

일본인의 친절

처음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제일 인상에 남은 게 일본인의 친절이었다. 일본인의 질서 의식과 청결, 남에 대한 배려와 친절에 대해서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막상 직접 접해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연극을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고 친절했다. 당연히 우리와 비교되는 바였다. 어떤 때는 너무 하다 싶기도 했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상황도 많았다.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울 것이지만 한국인인 나한테는 거북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문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내리면 될 텐데 굳이 양보한다. 어찌 됐든 일본 민족은 경탄스럽다. 그런 습성이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일본에서 배운 대로 며칠 전에 산에 갔을 때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길위의단상 2015.08.13

남한산성 여름꽃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데는 걷기와 함께 꽃사진 찍기도 도움이 된다. 파인더로 꽃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의 시름을 다 잊는다. 그런 목적으로 남한산성을 찾았다. 매크로 렌즈를 만져보기도 오랜만이었다. 무엇에 그리 바빴는지 모르겠다. 쥐손이풀 참나리 파리풀 짚신나물 땅비싸리 수크렁 달맞이꽃 양지꽃 갈퀴나물 박주가리 누리장나무꽃 개망초 기린초 돌콩 금계국 큰제비고깔 등골나물 으아리 뱀무 강아지풀 무릇

꽃들의향기 2015.08.11

조몬스기

조몬스기를 알게 된 건 7년 전쯤 야마오 산세이 선생의 책을 통해서였다. 일본의 남쪽 섬 야쿠시마에 수령 7,200년의 삼나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가늠하기 어려운 세월을 산 나무가 보고 싶어진 건 당연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트레커에서 야쿠시마 트레킹이 있어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조몬스기 순례 여정이었다. 해발 1,300m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왕복 21km, 10시간이 걸린 힘든 길이었다. 한 달에 35일이나 비가 온다는 야쿠시마에서 이날은 쨍쨍하게 맑았다. 날씨 덕을 톡톡히 보았다. 조몬스기 할아버지는 사진으로 보던 그대로 말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바로 전까지는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막상 대면했을 때는 담담했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랄까, 올라오면서 만난 다른 삼나무 고목들과는 확연히 달..

천년의나무 2015.08.09

일본(4) - 사쿠라지마

가고시마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산이 사쿠라지마(櫻島)다. 사쿠라지마는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출 때 오른쪽 창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고시마 하면 사쿠라지마가 연상될 정도로 그 순간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가고시마에 있는 내내 어디서나 사쿠라지마를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모아 보았다. 비행기에서(7/31/11:02) 가고시마항에서(7/31/15:20) 야쿠시마에서 돌아오는 배 위에서(8/3/14:50) 솔라리아 호텔에서(8/3/16:10) 솔라리아 호텔에서(8/3/19:05) 솔라리아 호텔에서(8/4/06:20) 솔라리아 호텔에서(8/4/07:10) 솔라리아 호텔에서(8/4/09/07) 시로야마 공원에서(8/4/11:20) 센간엔에서(8/4/12:40) 사쿠라지마로 가는 배 위..

사진속일상 2015.08.09

센간엔 일본오엽송

가고시마 센간엔(仙巖園)에 있는 일본오엽송이다. 어디를 가든 나무부터 살피게 되는 건 습관이 되었다. 센간엔에서는 이 나무가 제일 오래 되고 커 보였다. 오엽송(五葉松)은 잎이 다섯 개로 되어 있다. 잣나무 종류다. 안내문에 보니 이 나무는 수령이 350년이라고 한다. 키는 21m, 줄기 둘레는 5.4m다. 태풍 때문에 나무가 기울어졌다고 적혀 있다.

천년의나무 2015.08.08

일본(3) - 가고시마

야쿠시마에서 가고시마로 들어와서 하루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홀로 '어슬렁족'이 되기로 했다. 일본에서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느낌이지만, 왠지 이 나라는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비슷한 외모, 친절, 안전 등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우리가 묵었던 솔라리아 호텔. 가고시마중앙역 앞에 있어 교통이 편리했다. 앞에 보이는 동상은 쇄국정책이 시행되던 1865년에 막부에서 비밀리에 19명의 젊은 유학생들을 영국에 보낸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들이 배운 문물과 제도는 훗날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시내에는 '유신의 길'도 있다. 가고시마중앙역 2층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1천 엔을 주고 'Welcome Cute'라 부르는 일일 교통이용권을 샀다. 이 티켓 한 장..

사진속일상 2015.08.08

나카마 가쥬마루

가쥬마루는 야마오 산세이가 쓴 책에서 처음 접했다. 그래서 이번에 야쿠시마에 갈 때 꼭 보고 싶었던 나무였다. 다행히 버스 투어 때 나카마[中間]에 있는 가쥬마루를 볼 수 있었다. 가쥬마루는 곧게 자라지 않고 옆으로 가지를 펼쳐 가며 싸목싸목 거목이 되는 특수한 나무다. 옆으로 퍼져 가는 가지에서 아래로 털뿌리가 자란다. 여러 해에 걸쳐서 땅에 닿고, 닿은 뒤에는 뿌리를 내리며 새로운 줄기의 하나가 된다. 한 그루지만 줄기가 여러 개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작은 숲처럼 우거지는 것이다. 야마오 산세이는 가쥬마루 위에 판자를 깔고 작은 오두막을 지어서 하늘을 보며 쉬었다고 썼다. 나무 위가 평평하고 단단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나카마의 가쥬마루는 워낙 거목이어서 내가 상상하던 그런 나무는 아니었다..

천년의나무 2015.08.07

일본(2) - 야쿠시마 일주

야쿠시마[屋久島]는 일본 규슈 남단에 있는 가고시마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가는 데 고속선으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 둘레는 132km로 일본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이다. 중앙에 1,936m의 미야노우라 산이 있고,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1993년에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었다. 수령 7,200년의 조몬스기가 있어 유명하다. 전날 조몬스기 트레킹을 했고, 오늘은 대절 버스로 섬 일주 투어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서쪽 세이부 임도가 비로 폐쇄되어 한 방향 일주는 불가능했다. 주유 버스는 미야노우라에 있는 숙소에서 9시 30분에 출발하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처음 도착한 곳은 나가타마에 해수욕장이다. 아침인데도 햇살이 매우 따갑다. 이곳은 바다거북 산란지 중 하나다. 람세..

사진속일상 201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