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8 2

서울대공원 고사목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하다. 위엄을 잃지 않는다. 사람의 사체는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기지만, 나무는 향기를 낸다. 죽은 몸통은 온갖 곤충과 미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나무는 위대한 존재다. 서울대공원이 있는 자리는 옛날에는 과천면 막계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500살이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수가 끝나면 이 나무 앞에 떡을 해놓고 제사를 지내며 복을 빌었다. 그런데 1984년에 서울대공원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떠나고 나무만 남게 되었다. 그마저 2010년 여름에 태풍 곤파스로 쓰러져 결국은 죽고 말았다. 지금은 그 형해만 남아 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은 무엇인가. 나무는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영혼은 우주를 감싸며 ..

천년의나무 2015.08.18

손주와 나들이

손주가 찾아와서 나흘째 머물고 있다. 한 번은 서울대공원으로, 또 한 번은 에버랜드로 나들이를 나갔다. 자기 의사 표시가 분명한 아이인데, 아직은 낯선 광경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나이다. 내년쯤이나 되어야 동물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두 군데 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 에버랜드는 방학이 끝난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밤이 될수록 더했다. 소음과 번쩍이는 조명에 나 역시 쉽게 적응이 안 되었다. 손주와 함께 나들이하는 건 기사에, 포터에, 지킴이가 되는 것. 그래도 즐거운 노동이라는 것.

사진속일상 201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