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펜팔 / 반칠환
올해도 당신이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편지쓰기교본'을 베낀 듯 작년과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첫 줄엔 아지랑이 모락모락 안부를 묻고, 두 번째 줄엔 호랑나비 흰나비로 올해의 운세 물으셨죠. 그래도 눅눅한 겨울 다음엔 그만 한 위안도 없었습니다. 짐짓 눈 속 매화 한 점의 간결체로 시작된 당신의 문장은 점차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개나리의 만연체, 진달래의 우유체, 벚꽃의 화려체 따라 읽노라면 뭇벌과 새들 소리 시끄러워 눈 감고 귀 막기도 했지요. 젊은 날엔 왜 그리 문장의 배후만 헤아렸는지요. 흰꽃 속의 검은 빛, 꽃잎 속의 붉은 피, 순결 속의 타락, 환희 속의 비명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올해도 당신이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편지쓰기교본'을 그대로 베낀 듯 언제나 똑같은 내용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