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 25

야시장

동네에 야시장이 찾아왔다. 간이 놀이기구도 있고 축제장이 옮겨온 듯하다. 한가해지면 이렇게 일반 동네에도 들리는 것 같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제일 신났다. 어른 대상 가게는 한산하지만 아이들을 상대하는 곳은 문전성시다. 요사이야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가끔은 이런 분위기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아파트에서는 주민이 함께하는 행사가 부족하다.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문화 이벤트도 기획되었으면 좋겠다. 재작년에 동네 도서관에서 안도현 시인을 초대한 강연회가 딱 한 번 있었다. 방이 가득 찰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음악회, 시 낭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이다. 중앙 정부나 시에서도 동네 단위의 행사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생색을 내는 대규모 행사보다 이런 게 오히려 알차고 효과가 ..

사진속일상 2016.06.25

탁구 치는 재미

탁구는 대학생 때 치기 시작했다. 여가에는 탁구를 치는 게 취미였다. 그때 대학생들 주류는 카드를 하거나 당구를 즐겼다. 나는 거기에 끼지 않았다.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골프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서적 거부감이 있다. 그런 면에서 탁구는 무난한 운동이었다. 한 친구와 열심히 쳤다. 그때는 탁구장이 흔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싼 데가 장충체육관 지하에 있는 탁구장이었다. 공영이라 그랬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자주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자리가 없어서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다. 내 탁구는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 그냥 마구잡이로 치면서 늘게 된 경우다. 그때는 레슨이란 게 없었다. 있었다 해도 돈 내고 배울 형편도 안 되었다. 그래도 젊었을..

길위의단상 2016.06.24

커피 기도 / 이상국

커피점에 온 모녀가 커피가 나오자 기도를 한다 나는 보던 책을 내려놓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기도는 길어지고 딸이 살그머니 눈을 떠 엄마를 살피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하느님도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실 텐데.... 속으로 그러다가 기도를 마친 모녀가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서야 나도 커피를 마셨다 - 커피 기도 / 이상국 천주교에 입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성호경을 긋고 감사 기도를 바쳐야 한다고 배웠다. 배운 대로 온전히 실천하던 때였다. 청계산에 등산을 갔는데 여름이라 목이 탔다. 마침 산정 가까이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팔고 있었다. 보통 하던 대로 돈을 내다가 흠칫했다. 막걸릿잔을 들고 성호경을 긋는 게 너무 이상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뭐라고 할까, 결국은 ..

시읽는기쁨 2016.06.22

논어[201]

계강자가 도둑을 걱정하여 선생님께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녕코 그대가 바라지 않는다면 상을 주더라도 도둑질은 안 할 것입니다." 季康子 患盜 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 - 顔淵 13 계강자와의 계속되는 대화다. 이번 대답은 상당히 신랄하다. 네 탐욕과 도둑질을 그만두라는 의미다. 계강자가 들어줄 리 만무했다. 공자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계강자는 노나라의 실권자였다. 이 대화를 나눈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태도가 공자가 노나라를 떠나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밀고 나간 사람, 공자의 모습이다.

삶의나침반 2016.06.22

좌파논어

제목이 재미있어 읽어 본 책이다. 지은이인 주대환 씨는 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민노당원으로 정치 일선에도 나선 분이다. 그는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무너지지 않는 용기와 희망을 에서 찾았다고 고백한다. 책은 독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전해지는 메시지가 다르다. 특히 고전은 더 그렇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해야 한다. 저자의 의도도 중요하겠지만 각 개인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고전으로 남을 수 없다. 고식적인 자구 해석에서 탈피해야 고전을 읽는 맛이 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도 신선한 시각에서 를 읽은 결과물이다. 지은이가 를 읽는 키워드는 '연대'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자당을 만들었다. '군자'도 공자당원이 되기 위한 자격 기준으로 읽는다. 동지들과 잘 지내..

읽고본느낌 2016.06.21

범꼬리

범의 꼬리라고 하기에는 귀엽게 생겼다.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능선길, 처음에는 한두 개체가 보이더니 곧 군락지가 나타났다. 수백 마리의 호랑이가 꼬리를 살랑대고 있었다. 그나저나 6.25 전까지도 있었다던 우리 호랑이는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으헝, 포효하며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다. 꽃 이름으로만 흔적을 남기지 말고, 그랬으면 좋겠다.

꽃들의향기 2016.06.20

소백산 비로봉과 국망봉

마당에 나서면 항상 소백산이 보였다. 소백산을 병풍처럼 두른 곳에서 자랐다. 그래선지 소백산이라는 말에는 산 이름 이상이 무엇이 들어 있다. 소백산에서 불어내리는 겨울의 칼바람이 제일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교 해서 집으로 돌아갈 때 조그만 몸뚱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찬 바람이었다. 바람을 피해 둑방 아래로 기어서 다녔다. 트레커에서 소백산에 갔다. 어의곡리에서 비로봉과 국망봉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였다. 비로봉과 국망봉을 잇는 길은 늘 바라보기만 했지 직접 걸을 기회는 없었다. 네 명이 함께 한 오붓한 산행이었다. 소백산의 최고봉인 비로봉(1440m)이다. 소백산 능선은 푸른 초원 지대가 특징이다. 파노라마로 넓혀 보았다. 서쪽으로 능선이 뻗어 있다. 서쪽 끝에 연화봉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국망..

사진속일상 2016.06.19

강변역에서 올림픽공원으로

올림픽공원에서 삼삼회 모임이 있어서 강변역에서부터 걷기로 했다. 전에 이 부근에서 살 때는 많이도 걸었던 길이다. 발을 내딛는 모든 곳에 추억이 서려 있다. 지층이 쌓이듯 나이가 들수록 추억도 두꺼워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된다. 당시에는 고통이었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누군가 예쁘게 채색해 놓았다. 노년의 버팀목 중 하나가 추억의 힘이다. 잠실철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한강을 건넌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자동차 소음에서 벗어난 길이다. 그동안 스카이라인도 많이 변했다. 대표적인 게 연말에 준공 예정인 롯데타워다. 성내천 둑길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이 둑길을 걸었다. 한강까지 나가 강물을 보며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15년 전이다. 벚나무가 많이 컸다. 올림픽공원에 들어가서 약..

사진속일상 2016.06.17

사는 맛 /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 사는 맛 / 정일근 혀에는 미뢰가 있어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 등을 느낀다고 한다. 인생의 맛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단맛만 밝히면 절름발이가 된다. 독이 든 복어를 먹는 사람처럼 삶의 고수는 짜고, 쓰고, 시고, 매운 인생의 맛도 즐기는 사람이 아닐까. 설사 즐기..

시읽는기쁨 2016.06.16

논어[200]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의 정(政)은 바를 정의 정(正)이니, 임자가 바르게 이끌면 누가 바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季康子問 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 顔淵 12 "정(政)은 정(正)이다." 지도자가 바른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면 누가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에게도 주고 싶은 말이다. 제 수신(修身)도 못 하는 사람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 수는 없다. '바르다'의 첫째 조건이다. 다음으로는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구조와 제도의 개혁이다. 복잡한 사회가 되면 인치(人治)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로운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게 중요하다. ..

삶의나침반 2016.06.15

광교산길 걷기

광교산(光敎山, 582m)은 수원을 대표하는 산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산에서 광채가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찌 됐든 이름은 멋진 산이다. 늘 조용한 산만 다니다가 평일에도 줄을 서서 오르는 산을 보니 색달랐다. 경기대학교 쪽에서 오르는 길이 주 코스여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예상외로 사람이 많았다. 산길은 형제봉을 지나서야 조용해졌다.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단체로 온 사람들이야 신이 나겠지만 홀로 조용한 산행을 하려는 사람은 짜증이 난다. 산에 대한 인상도 좋을 수 없다. 도시 근교 산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쉬고 있던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작년과도 달라서 이젠 광교산 오르는 것도 힘들..

사진속일상 2016.06.14

목표 지향의 삶

근대화가 한창일 때는 목표 지향의 삶이 찬양받았다. 국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지도자가 군인 출신이어선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이 지배한 시대였다. 그때는 개인의 삶도 비슷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다. 그래서 놀라운 성과를 이룬 건 사실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 중심의 피로사회는 그 시절이 남긴 쓴 유산이다. 아직도 6, 70년대의 패러다임에서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몸은 어른으로 성장했는데 아직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꼴이다. 목표를 중시하는 결과주의 사회는 자아 실현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집단주의 문화와도 관계가 깊다. 집단주의는 정치적으로는 독재의 온상이면서 개인적으로는 불행의 씨앗이다. 목표를 중시하게 되..

참살이의꿈 2016.06.13

행복의 기원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가 진화론의 관점에서 행복의 정체를 밝힌 책이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다. 반대로 살기 위해서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며, 모든 생각과 행위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행복감도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책 은 행복에 덧씌워진 관념을 냉철하게 발가벗긴다. 행복은 '비움', '느림', '감사'라는 공허한 지침에 반기를 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왜' 행복을 느끼는가를 묻는 책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

읽고본느낌 2016.06.12

마름산과 경안천을 걷다

여름 산행에서 제일 힘든 게 산모기의 공격이다. 한 번 따라붙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다. 오늘은 백마산에 오르려고 산에 들었는데 시작부터 대여섯 마리가 달라붙는다. 아무리 쫓아내도 소용 없다. 습도가 높은 날이어서인지 더 심했다. 결국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 갈 밀포드 트레킹에서도 '샌드플라이'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고 있다. 샌드플라이는 살을 헤집고 피를 핥아 먹는 날벌레다. 한 번 물리면 몇 주 동안 고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망 달린 모자를 구입하려고 한다. 명소에 가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활공장에서 전망이 열린다. 마름산 꼭대기는 누군가 정갈하게 빗질을 해 놓았다. 일주일 전에 트레커와 왔을 때도 눈길을 끌었는데 오늘도 똑 같다. 매..

사진속일상 2016.06.11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 행복 / 나태주 짧은 시 만큼이나 행복은 의외로 간단한지 모른다. 크고 거창한 게 아니다. 행복은 하늘 위 높은 곳에 있지도 않다. 소소한 일상에서 조금씩이지만 자주 만나는 만족감에서 행복은 출발한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특별함으로 다가오느냐, 거기에 행복의 마음이 있다.

시읽는기쁨 2016.06.10

논어[199]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남의 장점을 키워 주되 단점은 조장해 주지 않는다. 속 좁은 인간은 이와 반대다." 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 顔淵 11 에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내용이 자주 나오지만 군자는 무엇이고 소인은 무엇인지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속성은 제시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안갯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군자는 '참된 인물'로, 소인은 '속 좁은 인간'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애매한 건 마찬가지다. 군자의 이미지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유학이란 군자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동양의 이상적인 인간상이 군자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후세 사람은 공자를 성인 반열에 올렸지만 당시의 공자는 자신을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군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삶의나침반 2016.06.09

틈풀(5)

틈풀에서 생명의 신비를 본다. 동시에 생명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다. 저 가냘픈 꽃 한 송이에는 138억년 우주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내 작은 머리로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서울에 나갔다가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적힌 시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이 '고맙다'다. 그래, 이렇게 살아줘서 고맙다. 회색 거리 보도블록 틈새로 싹을 틔운 잡초야 고맙다. 굴뚝 사이 잠깐 쐬는 봄볕에도 너는 진한 싹을 튀웠구나. 플라스틱 구둣발에 차이고 차여 네 푸른 살에 온통 진물 흐르고 그 상처에 딱지가 앉기도 전에 희뿌연 화학 먼지 할퀴고 지나가도 기어이 한번 살아보겠다고 몸부림하는 네가 고맙다. 잔인한 계절을 용케 견디고 나면 네 몸 어딘가에 생명의 씨앗이 맺히리라. 너도 이렇게 살아내는데 나..

꽃들의향기 2016.06.08

문제는 유전자야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이 한 말이다. 종종 이 말은 위대한 업적이 1%의 천재성과 99%의 노력에 의한다고 오해되고 있다. 특히 학창 시절에 선생님들이 노력을 강조하는 뜻으로 자주 인용했다. 어렸을 때는 긴가민가하면서도 그대로 믿기도 했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인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 누가 땀을 더 흘리느냐로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나는 왜 안 되지, 하면서 더욱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만큼이라도 살고 보니 순전히 거짓말이란 걸 알겠다. 에디슨의 말도 아마 영감을 강조하는 취지였을 것이다. 1%의 영감이 없으면 99%의 땀도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문제는 영감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다.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유전자를..

길위의단상 2016.06.07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1,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대략 의미만 파악하기 위해 훑어보는 데만도 닷새가 걸렸다. 굳이 정독할 필요까지는 없다. 책의 많은 부분이 다양한 통계와 그래프로 되어 있다. 전체의 요지만 이해하면 족하다. 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인류와 역사에 대한 희망적인 보고서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내면에는 악마와 천사가 공존하고 있다. 초기의 야만과 폭력의 세계로부터 인류는 점차 개명되어 천사의 힘이 악마를 누르는 데까지 발전했다. 전 세계적인 폭력과 전쟁의 감소 현상을 통계로 보여주면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아름답게 보는 경향이 있다. 루소를 비롯한 자연주의자의 관점이 대표적이다. 문명이 등장하기 전의 인류는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상상한다. 그것..

읽고본느낌 2016.06.06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다

트레커 산행에 오랜만에 참여했다. 직전이 작년 10월이었으니 8개월 만이다. 히말라야를 인연으로 만난 트레커도 어느덧 7년째가 되었다. 늘 산에서 만나서일까, 언제나 즐겁게 동행하는 관계다. 이번 산행은 우리 동네의 백마산 줄기 걷기였다. 쌍령동을 들머리로 해서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 산이리로 내려오는 경로다.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서울에서 내려온 일행과 등산로 입구에서 만났다. 휴일이라 도로 정체가 있었다. 이 산줄기는 봉우리마다 꽤 오르내림이 있다. 어떤 사람은 힘들어 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이 되어 좋다고 한다. 같은 여건이지만 마음에 따라 보는 게 다르다. 서울 근교 산이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걸었다. 한 자리에서 1시간 넘게 쉬기도 했다. 대부분이 밀포드를 가는 관계로 뉴질랜드 관련..

사진속일상 2016.06.05

논어[198]

자장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똑바로 앉아서 꾸준히 노력하며 정성껏 일해야 한다." 子張 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 - 顔淵 10 자장에 대한 맞춤형 충고이리라. 게으르지 말고 정성껏 일하라는 공자의 말씀에서 자장의 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은 결국 수신(修身)이다. 마음 바탕이 안 된 사람, 제 가정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은 비극이다. 현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6.03

서울둘레길 걷기(17)

서울둘레길 8코스 세 번째 구간을 걸었다. 전체로는 열일곱 번째다. 북한산둘레길의 '흰구름길'과 겹친다. 이 코스는 상당히 오르내림이 심하다. 사유지를 지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날씨마저 더워서 일행은 힘들어했다. 그래서 계획했던 수유리 솔숲공원까지 가지 못하고 4.19국립묘지에서 끝냈다. 정릉에서부터 2시간 30분 걸었다. 맑고 시야도 깨끗한 날이었다. 요사이 걱정거리인 미세먼지도 사라졌다. 전망대에 오르니 북서쪽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 북쪽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의 연봉도 병풍처럼 펼쳐졌다. 산을 보면 그 품에 안기고 싶어진다. 아직도 산을 사랑하고 있기는 한가 보다. 올들어 등산이랍시고는 딱 한 번 남한산성이 전부다. 더 움직여야겠다. 근간에 ..

사진속일상 2016.06.03

외딴 유치원 / 반칠환

아랫목에 밥 묻어 놨다.... 어머니, 품 팔러 새벽 이슬 차며 나가시고 막내야, 집 잘 봐라 형, 누나 학교 가고 나면 어린 나 아버지와 집 지키네 산지기 외딴집 여름해 길고 놀아줄 친구조차 없었지만 나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다네 외양간에 무섭지만 형아 같은 중송아지, 마루 밑에 양은냄빈 왈칵 물어도 내 손은 잘근 씹는 검줄이, 타작 끝난 콩섶으로 들락거리던 복실꼬리 줄다람쥐, 엄마처럼 엉덩이 푸짐한 암탉도 한 마리 있었다네 아아 낯설고 낯설어라, 세상은 한눈 팔 수 없는 곳.... 원생은 나 하나뿐인 외딴 유치원, 솔뫼 고개 우리 집 아니 아니, 나 말고도 봄에 한배 내린 병아리 떼가 있었네 그렇지만 다섯살배기 나보다 훨씬 재빠르고 약았다네 병아리 쫓아, 다람쥐 쫓아 텃밭 빠대다보면, 아버지 부르시네 ..

시읽는기쁨 201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