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풀에서 생명의 신비를 본다. 동시에 생명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다. 저 가냘픈 꽃 한 송이에는 138억년 우주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내 작은 머리로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서울에 나갔다가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적힌 시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이 '고맙다'다. 그래, 이렇게 살아줘서 고맙다. 회색 거리 보도블록 틈새로 싹을 틔운 잡초야 고맙다. 굴뚝 사이 잠깐 쐬는 봄볕에도 너는 진한 싹을 튀웠구나. 플라스틱 구둣발에 차이고 차여 네 푸른 살에 온통 진물 흐르고 그 상처에 딱지가 앉기도 전에 희뿌연 화학 먼지 할퀴고 지나가도 기어이 한번 살아보겠다고 몸부림하는 네가 고맙다. 잔인한 계절을 용케 견디고 나면 네 몸 어딘가에 생명의 씨앗이 맺히리라. 너도 이렇게 살아내는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