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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기도 / 이상국

커피점에 온 모녀가 커피가 나오자 기도를 한다 나는 보던 책을 내려놓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기도는 길어지고 딸이 살그머니 눈을 떠 엄마를 살피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하느님도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실 텐데.... 속으로 그러다가 기도를 마친 모녀가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서야 나도 커피를 마셨다 - 커피 기도 / 이상국 천주교에 입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성호경을 긋고 감사 기도를 바쳐야 한다고 배웠다. 배운 대로 온전히 실천하던 때였다. 청계산에 등산을 갔는데 여름이라 목이 탔다. 마침 산정 가까이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팔고 있었다. 보통 하던 대로 돈을 내다가 흠칫했다. 막걸릿잔을 들고 성호경을 긋는 게 너무 이상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뭐라고 할까, 결국은 ..

시읽는기쁨 2016.06.22

논어[201]

계강자가 도둑을 걱정하여 선생님께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녕코 그대가 바라지 않는다면 상을 주더라도 도둑질은 안 할 것입니다." 季康子 患盜 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 - 顔淵 13 계강자와의 계속되는 대화다. 이번 대답은 상당히 신랄하다. 네 탐욕과 도둑질을 그만두라는 의미다. 계강자가 들어줄 리 만무했다. 공자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계강자는 노나라의 실권자였다. 이 대화를 나눈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태도가 공자가 노나라를 떠나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밀고 나간 사람, 공자의 모습이다.

삶의나침반 201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