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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사과 과수원을 하는 친구가 있다. 사과꽃 속에서 사과가 나오고 사과 속에서 더운 밥이 나온다며, 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 그루 그루마다 꼬박꼬박 절하며 과수원을 돌던 그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사과꽃이 새치름하게 눈뜨던 저녁이었다. 그 날 나는 천 년에 한 번씩만 사람에게 핀다는 하늘의 사과꽃 향기를 맡았다. 눈 내리는 밤에 친구는 사과를 깎는다. 툭, 칼등으로 쳐서 사과를 혼절시킨 뒤 그 뒤에 친구는 사과를 깎는다. 붉은 사과에 차가운 칼날이 닿기 전에 영혼을 울리는 저 따듯한 생명의 만트라. 사과야 미안하다 사과야 미안하다. 친구가 제 살과 같은 사과를 조심조심 깎는 정갈한 밤, 하늘에 사과꽃 같은 눈꽃이 피고 온 세상에 사과 향기 가득하다. - 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얼마 전 ..

시읽는기쁨 2016.07.12

고향집 여름 화단

고향집은 언제 가도 화단의 꽃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식물에 관한 한 어머니는 전문가시다. 언제 무슨 작물을 심을지, 동네 젊은 아낙들은 항상 어머니에게 묻는다. 꽃도 마찬가지다. 비결이 궁금하단다. 꽃은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그럼으로써 늘 새롭다. 개체의 생멸이 온존재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다. 꽃은 지는 걸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몸을 바꿀 뿐이다. 존재의 다른 양식일 뿐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한들 서러움이 덜해질까. 늙으신 어머니가 꽃들 너머에서 자식에게 줄 곡식을 고르고 있다. 화단에 흰색 무궁화 세 그루가 새로 심어졌다. 키는 1m 남짓 되는데 매일 서너 송이씩 꽃이 핀다. 어머니는 그 꽃을 따서 뜨거운 물에 담가 우려내 마신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것이다. 이모 한 분이 뇌졸증으로 ..

꽃들의향기 2016.07.12